잊을 수 없는 사람들
잊을 수 없는 사람들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11.15 14:09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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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익(편집장이 고개 돌리는 소리)”, “음(기자들이 고개 숙이며 내는 소리)”… “이번 호는……” 편집장과 눈이 마주친 내 이름이 호명됐다.

“편집장 가까이 앉는 게 아니었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사이 다른 기자들은 얼굴이 환해졌다. 나와는 달리 편집장의 말이 “얼음 땡!”처럼 들렸나 보다. 쳇. 이번 학기에 인터뷰면을 내가 제일 많이 썼으니, 지면에서 못 다룬 얘기들을 이번호 주간기자석에 풀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쓴 기사들을 둘러보니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8일 만난 프랑스 시인 클로드 무샤르부터 뽀로로 아빠 최종일 대표, 샌드아티스트 최은영씨, 우리 대학 미화원 아주머니들과 학생들까지 직업도, 나이도, 살아온 길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2012 런던올림픽의 영웅, 김현우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말을 나눌수록 “매트 바닥이 땀 때문에 수영장이 될 정도로 열심히 했다”던 그 노력이 대단하기도 했지만, 당시 가장 ‘핫’한 인물이었던 만큼 만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열기가 식기 전에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여러 번 연락을 취했지만 시기가 시기다 보니 김 선수는 귀국 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2주가 넘는 시간동안 속이 까맣게 타들고 나서야 당일에 약속을 잡아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김 선수의 연락을 기다리던 그 3시간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그런가 하면 우리 대학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들께 인터뷰를 요청하는 데는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신문사 문을 열고 나오면 몇 걸음 되지 않는 거리에 아주머니들 휴게실이 있으니 신문사 문을 잠그는 데까지 1분, 아주머니들에게 인터뷰 취지를 설명하는 데 1분이 걸린 셈이다.

우리 대학 캠퍼스의 새벽을 취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캠퍼스의 불빛을 따라 가며 이뤄졌던 취재는 모든 게 갑작스러웠다. 누가, 어디에, 왜 학교에 남아있을지 모르니 질문을 준비할 수도 없었고, 사람을 발견하면 그대로 달려가 이야기를 듣기에 바빴다.

“그래서 누가 제일 좋았어?”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그동안 한 몇몇 인터뷰를 깨알같이 자랑하니 친구가 질문해 왔다. “김현우?” “사인은 받았지만...아니!” “그럼 뽀로로 아빠?” “다 좋았다”고 대답한 기자는 이윽고 “한 명만 고르라”는 친구의 짜증을 들어야 했다.

근데 정말이다. 우리 대학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나 학생들의 이야기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세계적인 캐릭터 뽀로로의 제작자, 여성 최초 미술품경매사 등 유명인사의 이야기만큼이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최종일 대표의 성공신화도, 야작하는 예대 학생들의 푸념도, 학회실에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던 학생들과 주고받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른다. 많은 것을 배운 까닭이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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