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63.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 강효정 기자
  • 승인 2012.11.17 19:50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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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비켜간 사랑, 그 영원한 기다림

 

“당신께서 저한테 네 죄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이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혼자 남겨두고 떠난다는 것이 가장 큰 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여자를 사랑하는데 있어서만큼은 정말이지 인간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극의 마지막 장면 속 남자 주인공 공상두(홍성인)의 대사다. 한 시간 반가량의 슬픈 사랑이 끝난 후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조명이 꺼진 빈 무대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1998), 김정은, 이서진 주연의 SBS드라마 <연인>(2006)의 원작이다. 1996년 초연 이후 1997년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수상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16년 만에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관객들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20대부터 40~50대 부부의 모습도 곳곳에 보였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주인공들의 애절한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누구한테나 부담 없는 연극이다. 극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달한다. 영화 <약속>(1998)을 관람했던 사람이라면 그 때의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연극에는 오직 두 배우만 등장한다. 조폭남자 공상두와 그를 사랑한 똑순이 여의사 채희주(신현빈)가 극을 이끈다. 화려한 무대 연출을 뽐내는 다른 연극들과 달리 침대 하나, 테이블 하나, 소파 하나가 놓인 조촐한 무대는 두 주인공의 사랑을 더욱더 안타깝고 슬프게 만든다. 극이 지나치게 우울해질 것을 염두에 뒀는지 중간마다 등장하는 두 배우의 코믹한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연기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기도 한다.

극의 첫 장면은 사형수가 된 상두와 수녀가 된 희주의 면회로 시작된다. 오랜만에 만난 두 남녀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사형을 앞두고 두려움에 떠는 상두의 모습은 희주의 가슴을 더욱더 아프게 한다. 만남에서 헤어짐까지 시간 순으로 진행되는 다른 연극과 달리 이 연극은 헤어짐에서 만남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

정말 사랑했던 두 남녀. 상두는 말도 없이 희주를 떠난다. 희주는 자신을 떠나간 상두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돌아왔다. 오랜만에 마주한 두 남녀는 테이블에 앉아 자신들의 과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두 사람은 신참 여의사와 상처투성이 환자 관계로 처음 만난다. 의사와 조폭 두목이라는 극과 극인 두 사람이 만나 평범하지 못한 연애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며 서로를 품어간다. 두 주인공은 너무 사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상두가 떠나면서 두 사람은 이별을 맞이한다. 

몇 년이 지난 후, 상두는 희주를 다시 찾아온다. 부하를 자기 대신 감옥에 보내고 숨어 지내던 상두가 자수를 결심하고 희주를 찾아온 것이다. 자신과 함께 멀리 떠나길 원하는 희주 때문에, 자수를 결심한 상두는 갈등한다. 결국 희주는 상두의 결정을 받아들인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작은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떠나길 망설이는 상두에게 말한다. “돌아서서 떠나라.” 한편, 연극<돌아서서 떠나라>는 오는 12월 30일 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효정 기자 gonju@dankook.ac.kr

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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