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대학의 본질을 되새기고 연예인 이전에 대학생임을 명심
[백묵처방] 대학의 본질을 되새기고 연예인 이전에 대학생임을 명심
  • 엄기표(교양기초교육원)교수
  • 승인 2012.11.20 16:04
  • 호수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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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인 수능이 실시되었다. 수능은 대학입시제도에 따라 1년에 한번씩 실시되는 시험으로, 그동안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평가받고 대학 입학을 위한 서류를 내기 위해서 꼭 거쳐야 될 관문이다. 사람들의 출근 시간도 늦추고, 비행기도 멈추게 하는 그야말로 국가 사회적으로 지대한 관심과 배려 속에서 시행되는 시험이다. 수능은 고등학교 졸업 직전에 보지만 유아원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와 학원을 넘나들면서 처절하게 공부한 내용을 점수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수능이라고 하지만 세대마다 본고사, 학력고사 등 다양한 시험제도를 경험했다.

한국 사회에서 어느 대학을 입학하고 졸업했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성이나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어떤 사람의 인성이나 능력이 그 자체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지만 졸업한 대학 이름에 따라 지나치게 높게 평가받기도 하고, 능력이 묻혀버리기도 한다. 스펙을 쌓고 수능 점수에 따라 명문대학을 가는 것은 일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수능 1점이 당락을 결정짓기도 하고, 희비를 교차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물심양면의 공세가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정안수를 떠놓고 진정한 마음으로 빌기도 하고, 산꼭대기에 있는 영험하다는 분을 찾아가 기도하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예배하기도 한다. 그만큼 수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중요하게 되어 버렸다.

이런 환경과 제도가 결코 옳은 것은 아니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와 목표도 아니다. 명문대학이 나라의 근간이 될 수도 없고, 그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나라를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꼭 대학을 나와야 인생을 잘 사는 것도 아니다.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우리의 선입관이고, 우리나라가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불필요한 인식틀이다. 누구나 잘못된 것이라고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대학교육의 본질을 되새겨 봐야 한다. 대학은 취업과 평가 등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구기관이자 학문을 하는 곳으로 사회에 새로운 틀을 제공해 주는 곳이다. 또한 그러한 바탕 위에서 올바른 젊은이들을 길러 장차 사회의 동량으로 키워내는 고등 교육기관이다. 예를 들어 반복과 숙달에 의해서 특정한 일을 잘하는 기능인을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학문적인 틀을 연구하고 완성하는 곳이다. 전자는 학원이나 특수교육기관의 역할이다.

최근 들어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기쁘게도 해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예가 가지고 있는 기능과 효과가 발휘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연예산업이 모든 한류인양 착각하는 증세가 있다. 그 특성상 연예산업이 중심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전체도 본질도 아니다.

더불어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연예인 특례 입학 제도라는 특수 계층을 위한 교육제도의 융통성으로 대학교육의 본질을 외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제도가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수능과 대학에 목메는 절대 다수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정한 소질과 예술적 기량의 연예인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딴따라를 채워 장사하는 곳이 있다. 그래서는 아니 된다. 당사자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이라는 본분을 망각하거나 본연을 잊어 특례 대학생으로서 짝다리를 걸친 연예인이라면 존재가치가 불필요한 것이다. 대학도 홍보와 얼굴 마담을 위한 특례입학은 일시적인 착각과 보이지 않는 허구로 진정한 대학의 위상을 무너뜨리는 잘못된 선택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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