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문화in 65. 대선 노린 영화들
문화人문화in 65. 대선 노린 영화들
  • 신현식 기자
  • 승인 2012.11.27 15:35
  • 호수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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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을 ‘전략’으로 사용하는 영화계

 

 영화 <부러진 화살>(2011)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고발했던 정지용 감독이 <남영동 1985>로 돌아왔다. 다른 한켠에선 <장화, 홍련>(2003), <음란서생>(2006)의 조근현 미술감독이 강풀의 원작 만화인 ‘26년’을 영화화했다. 대선에 임박하자 야권 냄새 가득한 ‘대선용 영화’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미 2012년의 관점에서 2007년 대선을 바라보는 코믹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이 개봉했고, 대한민국의 공공재인 ‘인천대교’, ‘인천공항고속도로’, ‘우면산터널’, ‘마창대교’  등을 통해 매년 수천억원의 이자를 챙기고 있는 맥쿼리 금융투자 회사를 알리는 <맥코리아>가 개봉했다. 소수의 영화관에서 개봉했던 두 다큐멘터리는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현 정권에 대한 비탄과 조롱이 담긴 영화는 이를 기다린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이어 개봉하는 <남영동 1985>, <26년>은 개봉하기도 전에 ‘트러블 메이커’다.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씨의 자전수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주인공 김종태의 역할을 맡은 배우 박원성씨의 성기 노출에도 불구하고, 15세이상관람가를 확정지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신체노출이 선정적이지 않고 폭력적인 고문 장면 또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6년>은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을 암살한다는 내용의 영화로 자금후원이 쉽지 않아 제작이 불가능 해 보였으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방식을 이용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대선을 향한 야권 영화들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고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가 개봉일을 조율 중에 있는 상황이다.
 대중들에게 가장 밀접하고, 친숙한 문화 콘텐츠는 영화다. 이번 대선에서 무당파, 중도층에게 강력히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를 야권이 독차지 하고 있다. 물론 역사적 핍박과 고통을 겪은 정치·사회적 내용의 영화가 진보 진영에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감이 드는 이유는 이런 부류의 영화가 좋던, 싫던 뻔히 대권을 노린 전략적 영화라는 느낌 때문이다.
 <남영동 1985>의 정지용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영화가 대선에 큰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러진 화살>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그가 인터뷰에서 말했던 의도는 어림짐작이 된다. 그러나 김근태씨의 값진 희생이 대선 야권 주자들의 대선 홍보로 쓰이는 것은 민주화를 위해 살아간 고인에게 누가 되는 일이다. 정말 민주화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자 했다면 꼭 개봉기가 대선에 임박해야 했을까. 물론 <26년>, <남영동1985> 둘 다 이 시대를 살면서 민주주의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영화다. 민주화 운동의 시대적 상황과, 이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영화는 재미와 감동을 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영화들의 개봉이 대선과 동행하지 않길 기대한다.

신현식 기자 shsnice10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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