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성달성 ㉑성기 골절
알성달성 ㉑성기 골절
  • 서 민(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2.11.28 06:07
  • 호수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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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 써야 오래 쓴다
옛날에 들은 얘기 하나. 딸 셋이 사는 집에 젊은 남자가 하숙을 하게 됐다. 호기심 많은 딸들은 남자의 그것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큰딸이 말했다. “살로 돼 있을 거야.” 둘째딸이 말했다. “뼈로 돼 있을 거야.” 막내딸이 말했다. “물로 돼있지 않을까?” 그들은 누구 말이 맞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만져 본 큰딸이 말했다. “거봐. 살로 돼 있지.” 그 순간 발기가 되자 둘째 딸이 말했다. “거봐. 뼈가 맞잖아.” 셋째 딸도 틀린 건 아니었는데, 이유는 알아서 상상하시길.

우리는 안다. 그게 살로 되어 있으며, 혈액이 차서 발기가 된다는 것을. 신기한 점은 이런 식으로 발기 여부가 혈액으로 조절되는 동물은 사람이 유일하며, 개나 말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은 죄다 그게 뼈로 되어 있다는 거다. 대체 왜 그랬을까,라며 원망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도 뼈로 되어 있으면 비아그라 신세를 질 필요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진화의 귀중한 산물로,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의 그것이 뼈로 되어 있다면, 그래서 툭 튀어나와 있다면 오래 못가서 탈이 났을 것이다. 예컨대 어린아이가 성기를 앞세우고 달리다 자빠져 보라. 군대에서 엎드려뻗쳐를 하다가 팔의 힘이 빠졌다고 생각해 보라. 그 뼈, 그렇게 단단한 거 아니다. 평생 열 번 이상 엄청난 대수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면 부러지는 걸 막도록 엄청나게 단단한 보호대를 착용하든지. 쇠로 된 보호대를 착용한 채 다닐 생각을 하면 혈액으로 발기가 조절되는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성기에는 골절이란 게 일어난다. 물론 발기한 성기에 해당되는 얘기로, 성행위 도중이라든지 자위행위를 격렬하게 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성기는 뼈가 아닌데 어떻게 골절이 일어날지 의문이 들 거다. 엄밀히 따졌을 때 골절은 아닌 것이, 성기골절이란 게 성기가 부러지는 게 아니라 성기를 둘러싼 백막이 파열되는 것이니 말이다. 백막은 평소엔 두껍지만 발기를 하면 팽창해서 얇아질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과격한 일을 하다보면 파열될 수 있다. 이 때 “뚝” 소리가 나니, 남자들로선 자기 성기가 부러졌다는 공포감에 휩싸일 수밖에. 이 경우 당연히 발기가 없어지고 파열된 부위가 심하게 부으며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더 무서운 일은 백막 파열부위 반대쪽으로 성기가 구부러진다는 것. 성기골절이 심한 경우 요도와 정맥, 심지어 신경을 다칠 수도 있다. 

이건 당연히 응급상황이다. 성기가 영구적으로 휠 수도 있고, 평생 발기가 안되는 일도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격렬한 관계 도중 뚝 소리가 났다면, 그리고 발기가 없어지면서 붓기 시작하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병원으로 가시라. 파열부위가 그리 크지 않을 때는 찜질이나 깁스 정도로 충분히 고칠 수 있으니까. 좀 심각하게 찢어졌다고 해도 백막을 잘 꿰매주면 원래대로 기능이 돌아올 수 있다. 병원에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기가 뼈가 아닌 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너무 성기를 휘두르지 않는 것이리라. 아껴 써야 오래 쓴다. 옛말에 틀린 게 없다.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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