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마지막 드리고 싶은 말

저희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김상천 기자l승인2012.11.27l1399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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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간호 내면서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장이라는 안 어울리는 역할을 제가 맡아서 그동안 여기저기에 신세 지고 민폐 끼쳤습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능력도 안 되면서 자꾸 뭔가 해보려 했던 것은 어쨌든 학교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생각만큼 도움은 못된 것 같습니다.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인간성도 능력도 저보다 뛰어난 후배들에게 모두 맡기고 사라지는 지금의 일이 저의 가장 잘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3년 전 수습기자 때 제 좌우명은 ‘DON’T PANIC!(쫄지마라)’이었습니다. 편집장 하면서 ‘치사하게 살지 말자’로 좌우명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단대신문의 목적은 구성원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저희는 소심한 사람들입니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할 때마다 저희 중의 누군가는 꼭 앓아눕고는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싸우고자 하는 때는 대체로 치사해서 못 견디겠을 때입니다. 치사하게 살지 않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못 견디게 치사한 꼴을 보지 않는 한 저희는 결단코 먼저 싸움 거는 일이 없습니다.

◇ 수습 때 당시 편집장에게 처음 받은 교육 주제가 ‘외부적 다원성과 내부적 다원성’이었습니다. 밖에는 여러 언론사들이 서로 견제하고 공존하기 때문에 성향을 갖는 일이 용인된다. 조선이 쓰면 한계레도 쓰고, 경향이 치면 동아가 받아치기 때문에 문제없다. 그러나 학내에는 신문이 딱 하나다. 우리가 유일한 언론이기 때문에 공영방송화 될 수 있고, 따라서 중립을 지키고자 부단히 애써야 한다…. 지금껏 이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학생 교수 교직원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균형감각을 가지려고 나름대로 애썼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외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일 같았습니다. 끊임없이 신경을 쓰는데도 아슬아슬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다만 저희가 중립을 지키는 일의 중요함을 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합니다. 학생들한테는 왜 학교 편만 드냐고 욕먹고, 교직원들한테는 왜 학생들 선동하냐고 욕먹는 일에 저희는 익숙합니다.

◇ 저희는 많이 못 배웠습니다. 언론의 사명 이런 것도 잘 모릅니다. 쓸지 말지의 판단은 대체로 이걸 썼을 때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있겠는가, 아니면 학교 이름에 먹칠만하고 끝나겠는가로 정해지고는 했습니다. 몸담은 집단에 도움 안 되는 사명을 꿋꿋이 다해서 우리만 고귀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구성원을 이롭게 하겠다는 존재 목적에 부합하려고 했습니다. 저희는 무슨 편견이나 공격 의도를 가지고 쓰지 않습니다. 쓰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누가 그렇게 고쳐주리라는 신뢰를 가지고 씁니다. 저희의 어설픈 취재와 부족한 기사에 응답해주시는 분들도 그런 저희를 알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어설픈 저희를 계속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칙>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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