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꾼의 삶 ‘전땅련’을 찾아서
■ 땅꾼의 삶 ‘전땅련’을 찾아서
  • 이영은 기자
  • 승인 2013.01.08 21:11
  • 호수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뱀 잡아달라고 하면 전국 어디든지 갑니다”

■  땅꾼의 삶      ‘전땅련’을 찾아서

“뱀 잡아달라고 하면 전국 어디든지 갑니다”


새해가 밝았다. ‘흑뱀의 해’라는 2013년 계사년을 맞아 ‘뱀’하면 떠오르는 땅꾼을 단대신문이 만나봤다.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 땅꾼, ‘전국땅꾼연합회(이하 전땅련)’ 단체장 이상설(44)씨와 땅꾼 황한영(60)씨를 만나러 12월 31일에 강원 횡성 읍하리에 위치한 전땅련 사무실을 찾았다.  <편집자 주>

▲땅꾼이라는 직업이 아무래도 생소하다. 하지만 뱀을 사고파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던데?
‘원조 땅꾼’ 황한영씨= “그게 벌써 50여년 전이다. 그 당시 청계천은 뱀을 팔러온 사람, 사러온 사람으로 북적였다. 오고가는 사람마다 뱀을 사먹곤 했다. 국민학교 때부터 고모와 함께 땅꾼 일을 했는데 고모가 뱀을 담아주면 나는 앞에서 손님을 끄는 역할을 했다. 먹다가 돈을 안내고 가는 사람도 있어서 고모가 나보곤 손님을 잡아두라며 돈바구니를  챙기면 나는 팔기만 했다. 불독사 같은 건 350원에 팔고 먹구렁이는 700원 정도에 팔았다.”

▲뱀은 잡아서 통째로 파는 건가?
“껍질 까고 토막토막 잘라 상자에다가 담아서 팔았다. 뱀눈이며 쓸개며 부위마다 떼어내 따로 팔기도 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기름내서 팔기도 한다. 뱀을 진열해 놓고는 큰 목소리로 떠들며 장사를 할 때에 옆에 전라도 사람과 경쟁이 붙으면 더 장사소리가 재미지다. 전라도보다 강원도 뱀이 작은 편인데 큰 것 보다 작은 게 낫다면서 소리를 지르곤 했다.”

▲정말 작은 뱀이 더 낫나?
“강원도 뱀이 더 강한 건 맞다. 겨울에 더 춥고 찬바람 쐬고 하니깐 당연히 강원도 뱀이 더 쎄지.”

옆에서 전땅련 단체장 이상설(44)씨가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는 추임새 아세요? 이 형이 그 추임새의 원조예요. 형, 한번 보여줘”하며 황한영씨를 부추긴다. 황씨가 못이기는 척 추임새를 보여줬다.

“자 이 뱀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동양여성이나 남성 특유의 가장 알맞은 보양영양제. 이년 묵은 독사 이년 묵은 능사 삼년 묵은 살모사. 한 번씩만 잡숴봐 백발백통, 아주 똑 소리 나. 자 일단 애들은 가. 날이면 날마다 있는 것이 아니고 달이면 달 맞는 것도 아니고. 자 골라잡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http://www.d-voic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65)

▲이제는 뱀 잡는 게 금지됐다던데?
이상설 씨= “2000년에 정부가 뱀 보호법을 공표하면서 땅꾼이 설자리도 없어졌다. 땅꾼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졌는데 하루아침에 ‘생태계파괴범’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그런데 정부는 뱀을 잡지 말라고만 하지 뱀 조심하라는 예방도, 물리고난 뒤의 처방도 안 하는 태도를 보여 그 당시 뱀 잡는 사람들의 세력을 모아 투쟁했었다.”

▲뱀에 물리는 사람이 많은가?
“통계청 자료 받아보니 2000년부터 9년 동안 122명이 뱀에 물려 죽었더라. 뱀독의 치사율이 5%정도 되는데 뱀에 물린 사람은 더 많다는 소리다. 우리 단체에서 많은 공문을 보내고 또 한 번은 2m가 넘는 구렁이의 허물을 매달고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혐오감조성으로 신고를 받아 결국엔 철수해야 했다.”

“보통사람들은 뱀이 있는지 몰라본다. 뱀은 사실 보통사람 눈에는 잘 안 보인다. 뱀은 마른 쑥, 풀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보호색을 띄는 곳에 있으니 눈에 안 띈다. 뱀은 2년산은 6마리, 3년산은 11마리정도로 1년만 차이나도 기하급수적으로 새끼를 까기 때문에 잡아줘야 하는데 정부는 뱀 보호에 대해서만 외치니….”

“벌에 물려 죽으면 피해보상법이 있는데 뱀에 물려죽으면 피해보상법도 없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뱀에 물렸을 때 해독제가 없어 전량 수입한다. 또 해독제는 부작용이 많은데 주사를 맞으면 맞은 부위가 푸르딩딩해 지고 부풀어 오른다. 언제는 부작용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할머니를 만난 적도 있다”
“뱀을 잡고 안 잡고를 떠나서 전국땅꾼연합회 단체를 만들며 정부에게 투쟁하다 보니 우리라도 일반인들에게 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자고 뜻을 모았다. 홈페이지 운영하면서 뱀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다는 메일과 전화가 쇄도했고, 각 지방에 사는 회원들을 배치해 뱀을 잡아주러 다녔다”  

 ▲직접 물린 적도 있었나?
“나 역시 네 번 물린 적이 있다. 세 번은 크게 위험하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한번은 3일 동안 혼수상태에 있었다. 뱀에 딱 물리니까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고 지면에 발이 닿는 거리가 측정이 안 돼 발 딛는 게 힘들었다. 산에서 물려 집에 혼자 내려와서 해독제를 맞고 3일 동안 정신 못 차리다 깨어났다”

▲뱀은 어떻게 잡나?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칠점사가 두 마리 보여 잡으려는 데 뱀은 도망가고 나는 쫓아가고 뱀만 보며 달려가니깐 쫓아가다가 넘어지고 나뭇가지에 머리 긁히고 부딪히고…. 그런 에피소드뿐이다. 표현이 안 된다. 주변에서 보면 뱀에 물려와 다리 퉁퉁 붓고 여기저기 째서 누워있는 사람을 볼 때 위험하다 느낀다”

 “뱀 잡는 기간은 4월 초에서 10월 말까지 7개월이다. 4월 초에 동면굴에서 서서히 내려와서 밭, 논 접경지역에서 5~6월 사이에 머물다가 더 내려와 논둑과 개울에 서식하다가 9월말에 서서히 올라간다. 다시 동면굴로 들어간다. 요즘은 동면기니까 뱀이 산이 있으면 굴에 들어가 있다. 10월말까지만 뱀을 잡는다. 그 이후로는 뱀 잡는 게 불가능 한 건 아니지만 산을 파헤쳐야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뱀을 잡으러 가는 건 무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뱀 잡아달라고 하면 전국 어디든지 갑니다”
이영은 기자 lye0103@dankook.ac.kr

이영은 기자
이영은 기자

 lye0103@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