葛藤을 씻고 大統合의 길로 나아가자
葛藤을 씻고 大統合의 길로 나아가자
  • 권용우<명예교수‧법학>
  • 승인 2013.01.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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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葛藤을 씻고 大統合의 길로 나아가자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이제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그 임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때아닌 세대간 갈등(世代間 葛藤)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2030세대와 5060세대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세대간의 갈등이 선거후유증으로 나타난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20대와 30대가 기성세대와 기득권층을 향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주장에 이어 ‘기초노령연금제 폐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는 ‘노인 무임승차 폐지 서명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시사저널 2013. 1. 8).

   어느 시골 面長의 작은 努力

    이런 갈등을 지켜보면서 문득 흘러간 지난 날 어느 시골 작은 면(面)의 면장이 농촌 골목길을 누비며 펼쳤던 ‘현대판 향약(鄕約)’ 갖기운동이 머리에 떠오른다.

    때는 2001년, 경상북도 의성군(義城郡) 단촌면(丹村面)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김규환(金圭煥, 당시 56세) 면장은, 젊은이들이 어른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이웃 간에도 벽이 생기는 등 농촌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인심(人心)이 각박하기 때문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1마을 1향약 갖기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향약」이라 함은 착하고 선한 것을 권장하고 못되고 악한 것을 징계하고, 어려울 때에 서로 돕고 북돋워줌을 목적으로 마련되었던 향촌(鄕村)의 자치규약(自治規約)인데,  이는 중국 북송(北宋) 말기의 여씨향약(呂氏鄕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뒤에 주자(朱子)가 이를 수정하고 증보하였는데, 그것이 고려(高麗) 말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조선조(朝鮮朝) 중종(中宗) 때 대사헌(大司憲) 조광조(趙光祖) 등 신진사류(新進士類)들이 향약의 실시를 주장하여, 이로써 전국 각지에 널리 실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556년(明宗 11년)에는 이 황(李滉)이 여씨향약을 본떠서 예안향약(禮安鄕約)을 만들었고, 영조(英祖) 때 최흥원(崔興遠)이 이를 증보하여 달성군(達成郡) 부인동(夫人洞)의 동약(洞約)으로 사용하였다고 전해진다.

    그 당시 향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좋은 일은 서로 권장하고 잘못된 것은 서로 살펴 고쳐주고, 서로 사귐에 있어 예의를 지키고 어려움을 당하면 서로 도와 구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단촌면에서는 이러한 향약의 뜻을 살려서 ‘1마을 1향약 갖기운동’을 전개하면서, 아울러 15개 마을에 ‘마을훈(里訓)’을 갖게 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경북일보 2001. 4. 11).

    이 때, 단촌면의 마을훈으로는, 방하리의 ‘협동’, 하화2리의 ‘말은 반드시 신중하게 하자’, 후평리의 ‘웃어른을 공경하자, 멀리보고 살아가자, 남의 말을 좋게 하자’, 장림리는 ‘겸손하고 화목하고 부지런하고 검소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각 리(里)에서는 마을훈을 표석(標石)에 새기기도 하고, 더러는 액자를 만들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걸어놓고 주민들이 스스로 실천했다고 한다.

    이로써 전통적인 마을공동체를 되살리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한다. “향약은 법률 등 강제규범보다 중요한 덕목(德目)”이라면서, “향약의 실천을 통해 단촌면을 인정(人情)이 넘치는 고장으로 만들겠다”(중앙일보 2001. 7. 6)고 한 김 면장의 의지(意志)를 되새기면서 서양의 격언을 떠올려 본다. “인간은 자기의 의지로 크게도 되고 작게도 된다.”

    理解를 통해 너와 나를 하나로 잇자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시골의 작은 면(面)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인데, ‘20-50클럽’에 가입한 대한민국이 2030세대와 5060세대간의 갈등을 풀지 못하겠는가.

    왜, ‘2030세대와 5060세대간의 갈등인가?’ 이번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보수 후보와 진보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보수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빚어진 결과이다. 그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金融危機)의 여파로 말미암아 우리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취업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젊은이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짐으로써 2030세대의 불만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하였고, 그 불만이 잠재해 있었는데 이 번 선거를 통해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비우호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5060세대는 2030세대를 향해서 ‘우리도 너희들 나이때에는 힘들고 숨가쁘게 살아왔다’고 포문(砲門)을 연다. ‘우리가 젊었을 때에는 읽을 책도 없었고, 먹을 것도 없었다’고 그 때를 상기시킨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얼마나 방황했던가.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왔음을 긍지로 생각한다.

   2030세대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은 기득권층의 높은 벽을 올려다보면서 때로는 부러워하고, 때로는 불평불만을 토로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왔는데 수많은 대기업 직장인에 내가 왜 못 끼는지 한스럽다”(조선일보 2013. 1. 10, A2면). 김형경(27세 ‧ 가명) 씨가 이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변한다. 그리고, 그들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다.

   오는 2월 25일에 출범하게 될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세대간의 갈등(葛藤)과 분열(分裂)을 봉합하고, 대통합(大統合)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지난 날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간 갈등, 계층간 갈등, 노사간 갈등, 빈부간 갈등, 이념간 갈등 등 수많은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슬기를 모아 오늘에 직면하고 있는 세대간의 갈등을 풀고, 선진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5060세대는 2030세대들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주어야 한다. 또, 2030세대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그려보면서 5060세대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 그리고, 2030세대와 5060세대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손을 맞잡고, 희망찬 내일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이것이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대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첫 단계이다. 이를 위해서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문득, 미국의 시인 피어시(Piercy, M.)의 명언이 떠오른다. “삶은 첫 번째의 선물이요, 사랑은 두 번째의 선물이요, 서로 이해함은 세 번 째의 선물이니라.”

권용우<명예교수‧법학>
권용우<명예교수‧법학>

 dknew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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