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시간 11. 계사년 신학기, 허물을 벗어라
과학시간 11. 계사년 신학기, 허물을 벗어라
  • 이철태(화학공) 교수
  • 승인 2013.03.12 11:53
  • 호수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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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까지 허물을 벗고 새 학기를 맞자
 계사년(癸巳年)!, ‘검은 뱀의 해’라는 뜻이다. 뱀은 십이지(十二支)간을 상징하는 열두 동물중의 하나이다. 검은 색은 지혜, 뱀은 풍요, 다산, 그리고 불사(不死), 영생(永生)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한다. 이런 연유로 ‘검은 뱀’은 행운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구약성서에서는 뱀이 ‘사탄’의 상징이고 교활한 동물로 표현된다. 치명적인 무서운 독, 둘로 갈라져 날름거리는 혀, 혐오감을 주는 뱀의 허물 등을 생각하면, 뱀이 행운의 상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뱀에 대한 이런 양면적 상징은 뱀의 생물학적 특성과 본능에 근거한다. 
  뱀은 뱀아목에 속하는 파충류의 총칭으로 몸속에 네다리뼈가 퇴화한 흔적이 있는 네다리 동물에 속한다. 뱀은 평생 눈을 뜨고 살지만 시력이 약하다. 귓구멍도 고막도 없고 청각은 둔하다. 눈과 코사이의 입천장에 야콥손 기관(jacobson organ)이라는 작은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은 0.003℃까지 열과 미세한 냄새까지 탐지할 수 있어, 주된 먹잇감인 새나 쥐의 체온 및 냄새를 감지한다. 야콥손 기관의 성능은 혀를 통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뱀의 혀는 미각을 느끼지 못한다. 둘로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면서 공중에 떠도는 열기와 냄새의 미립자를 야콥슨 기관까지 운반하여 사냥해야 할 먹이와 천적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뱀의 혀는 또 공기의 진동·흐름·온도차 등도 감지하는 능력이 있어서, 행동할 때나 먹이에 접근할 때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가능한 많이 자신의 혀를 날름거려야 한다. 그러나 뱀은 갈라진 혀를 날름거려야하는 본능 때문에 유혹의 사탄, 교활한 이간질의 대명사로 낙인이 찍혀 있다. 그러고 보면 뱀으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뱀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뱀의 독 때문이다. 그러나 독사가 독침과 독이 없으면 이보다 더 연약한 동물이 없다. 뱀이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것은 뱀의 놀라운 생명력과 번식력 때문이다. 뱀은 두 개의 생식기를 갖고 있으며 이를 교대로 사용해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72시간까지 교미하고, 연간 1~2회에 걸쳐 한 번에 낳는 알 수는 종에 따라 다르나 보통 6~30개를 낳으며 최대 150개까지의 알을 낳는다. 서리가 내리면 뱀은 최대한 신진대사를 늦추고 겨울잠(동면(冬眠))에 들어간다. 추위라는 냉혹한 자연의 시련을 견디기 위해 서로의 몸을 휘감은 채 죽음 같은 긴 잠을 잔다. 뱀의 겨울잠은 무능하거나 비겁해서가 아니다. 모두가 생존을 위한 지혜이며 본능이다.

 뱀의 몸을 덮고 있는 비늘 피부는 두 겹으로 되어 있다. 안쪽은 계속 분열하여 자라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안쪽의 세포가 죽으면 새 세포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 바깥 세포층을 이룬다. 이 바깥 세포층이 헤어지면 일정주기로 육신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몸을 얻는 것이다. 뱀의 허물벗기는 안구 및 콧구멍 안쪽, 입 안까지 탈피하는 일이므로 고통스럽다. 낡은 것을 버리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고, 껍질을 벗는 고통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가르쳐 준다. 제 육신의 껍질을 벗는 대신 남의 껍질을 벗겨 성장하려 하는 인간에게는 참으로 좋은 본보기이다.

 계사년! 검은뱀이 행운을 상징한다고 해서 입만 벌리고 감이 떨어지는 행운을 기다릴 것이 아니다. 낡은 정신의 허물을 벗고 새로이 도약하는 시기로 생각하는 것이 새 학기를 맞는 면학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철태(화학공) 교수
이철태(화학공) 교수
이철태(화학공)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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