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COOKIN' 난타 - 두드림 소리,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주다.
<뮤지컬> COOKIN' 난타 - 두드림 소리,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주다.
  • 민수정
  • 승인 2013.03.12 15:34
  • 호수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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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66

 

 

“난타”, 글자 그대로 '마구 두드린다'는 뜻이다. 뮤지컬 <COOKIN' 난타> 역시 시종일관 신나게 두들겨댄다. 누가, 무엇을? 요리사들이 주방에 있는 갖가지 도구들을 말이다. 한국인들에게 난타는 이미 익숙한 존재다. 직접 공연을 본 적이 없을지라도 ‘난타’하면 머릿속에 드럼통 따위를 신명나게 두들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뉴욕상륙작전’ 편에서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비빔밥 광고에서 난타를 직접 시도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도 주인공이 난타 공연장에 가는 모습이 여러 회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한국관광기네스에도 올라갔다.
 입장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객석 곳곳에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역시 비언어극(non-verbal-performance)이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COOKIN' 난타>의 가장 큰 특징이다. 대사가 거의 없다. 그나마 기억나는 대사는 채소 이름 정도랄까? 외국인들 눈에 대사도 없이 주구장창 뭔가를 두들기는 것이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따분할 수도 있는 노릇인데도 기가 막히게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관객들을 몰입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 건 좌석과 무대의 거리다. 좌석과 무대가 가까워 긴장감을 조성했다. 소품용 식칼도 긴장감 조성에 한 몫 한다. 소품용이라 무디게 손 봤을거라 예상했건만, 자비 없이 채소들을 조각내는 서슬 퍼런 칼날을 보고 있자니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온다. 요리사들은 행여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에 땀을 쥔 채 올려다보는 사람들을 비웃듯 능수능란하게 칼을 다뤘다. 한없이 고조되는 듯 하면서도 절도가 있고, 긴장으로 경직된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리드미컬함이 있다. 마치 관객과의 긴장의 끈을 당겼다 놓았다하며 희롱하는 듯 했다.
 요리사들은 시간에 쫓기면서도 조급해하기보단 호시탐탐 장난치고 사고를 치기 일쑤다. 그 때문에 관객들은 쉴 틈 없이 웃기 바쁘다. 또 중간 중간 지루해질 타이밍엔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 음식을 맛보게 하거나 두 팀으로 나누어 시합을 시켜 극에 색다른 재미와 활기를 불어넣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박수를 치고 싶은 곳은 공연의 열기가 가장 뜨거워지는 클라이막스가 아닌, 한국적 정서가 도드라지는 순간이다. 깨알같이 등장하는 김치·고추장, ‘삘리리-’하고 울려 퍼지는 태평소 소리, 음식하기 전 절하며 치성을 드리는 부분들이 그렇게 인상적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난타에는 한국적인 요소가 곳곳에 녹아있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두드림이란 곧 한(恨)을 표출하고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인지 모른다. 우린 슬프고 답답할 때면 종종 가슴을 치곤하는데, 이는 한(恨)이 서린 역사가 있는 민족에게 남은 습관과도 같은 것이다. 그 한을 승화시키는 원동력은 힘들어도 흥으로 털어버리려는, 우리 민족 특유의 긍정적이고도 조화를 사랑하는 선조들의 삶의 자세에 있다. 난타에는 이 모든 것이 다 녹아 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쁜 일상 속 잠깐이나마 가슴 속 응어리를 시원스레 난타하여 체증을 가시게 할 수 있는 시간 100분.


민수정 기자 freih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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