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대학원 이다정·다원·다감 자매
■ 국악대학원 이다정·다원·다감 자매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03.19 16:56
  • 호수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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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에 같은 병원에서 함께 태어났던 세쌍둥이가 자라서 같은 고등학교와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지난달 나란히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함께 대학원에 진학했다. 우리 대학 국악과의 명물, 이다정·다원·다감(이상 국악대학원·석사·1학기) 자매의 이야기다. 단대신문에서 이 특별한 세 자매를 만났다.  <편집자 주>

“세쌍둥이라는 고유명사 말고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생활 속의 유대감 덕분에
더 감동적인 협연이 가능하다

 

▲어려서부터 같이 음악을 하는 쌍둥이기에 생긴 특별한 별명이 있나?
다정=어릴 때 각자의 별명은 있었지만, 다 같이 통칭하는 별명은 특별히 없었다. 사실 ‘세쌍둥이’라는 점이 워낙 특이해서 고유명사처럼 불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별명이기 때문에 지인들은 이름으로 부른다.
▲함께 미팅을 나간 적이나 수업을 바꿔 들어간 적이 있나?
다원=우리는 우리가 그렇게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란성치고는 많이 다른 편이다. 첫 이미지는 비슷해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지인들은 목소리로도 구분 가능하다. 무엇보다 스스로 ‘우리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서워서 수업을 바꿔 들어간 적은 없다. 그리고 남자친구라면 당연히 구분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 분 모두 수려한 외모에 우수한 성적까지 올렸다. 축복받은 유전자인가?
다원=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특히 예술인 특유의 즉흥성과 끼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축복받은 유전자라기보다는 성실함이 강점이다. 완벽주의에 가깝기 때문에 하는 일은 힘들더라도 제대로 해야 직성에 풀린다.
▲고등학교 때부터 국악을 시작하게 된 건가? 국악에 입문한 계기는 무엇인지.
다정=어머니께서 음악이 흘러넘치는 집이 되길 원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악기(플루트, 바이올린, 피아노)를 배웠다. 그냥 이벤트나 집안행사에서 쓰이는, 취미에 가까운 연주였다. 그래도 이런 점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미를 느낀 것 같다. 국악을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 국악을 하시는 어머니 지인분의 권유 때문이었다. 서울도 아닌 부산에서의 국악은 많이 생소했기에 신기하다는 감정이 더 컸다. 하지만 소리가 좋고 매력이 있는 것이란 걸 알게 됐고, 결국엔 부모님까지 설득해 서울의 국립전통예술학교로 전학을 갔다.
▲국악을 배우기 이전에는 각각 플루트와 바이올린, 피아노를 배웠다고 들었다. 지금 전공하는 악기 외에 다룰 줄 아는 악기는 어떤 것이 있나?
다감=서양악기는 어릴 때 취미로 다양하게 배웠다. 지금은 사실 국악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전공악기 외의 다른 것에 노력을 쏟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국악 교육 현장이나 일반인들 사이에서 국악 전공자에게 판소리, 민요, 장구 등이 전공 외에도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국악인의 기본소양으로서 열심히 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 서울에 올라와 힘들지 않았나? 그래도 셋이기에 서로 의지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다정=고등학교 때부터 셋이 함께했고, 우리 셋뿐 아니라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언니들도 있기에 더 많이 의지됐다. 부모님은 아직 부산에 계시지만 매번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시고, 매일 통화도 하고 있기에 딱히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 다른 형제자매도 있나?
다정=위로 언니가 두 명 있다. 큰언니는 의료계에, 작은언니는 IT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더 재미있는 가족이다. 함께 TV를 볼 때, 서로의 전문분야가 왜곡돼 방영되면 서로에게 왜 틀렸는지 설명해 주기에 바쁘다. 큰언니는 의학드라마를 볼 때 곧잘 흥분하고 둘째언니는 컴퓨터 관련 지식이 나오면 자주 웃어넘긴다. 우리는 일부러 사극드라마에서 나오는 국악 관련 옥의 티를 찾아보기도 한다.    
▲자매이기에 서로에게 질투를 느끼거나, ‘이건 부럽다’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다감=태어나면서부터 항상 함께 무엇이든지 공유하면서 자라왔다. 물론 능력치가 비슷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서로 관심분야가 다르고 누가 더 잘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특별히 서로에게 질투심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 내 삶의 모든 것을 공유하며 자라온 특별한 유대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너라도 잘되면 좋지’, ‘너라도 잘해서 다행이다’하는 마음이 든다. 실제로도 다원이와 다정이에게 많이 도움을 받고 산다. 참 다행인 것 같다.
▲학창시절 에피소드를 소개해준다면?
다정=우리 집은 딸이 다섯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언니들과 나이가 세 살씩 차이가 난다. 우리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둘째 언니는 중3, 큰 언니는 고3이었다. 문제는 그 해 우리 자매들의 졸업식이 겹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셋 만으로도 부모님들이 이 반 저 반 다니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언니 졸업식까지 겹쳐서 흡사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어머니는 우리의 졸업식에, 아버지는 언니의 졸업식에, 그리고 먼저 끝난 우리가 언니 졸업식에도 참석했다. 정신없는 졸업식 미션을 클리어하고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를 했던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호흡을 맞추는데 혈연이 많이 도움이 되나? 혈연끼리 통하는 ‘감’ 같은 것이 정말 화음을 맞출 때 나타나는가?
다원=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말로 교감이라는 건 있는 것 같다. 신기한 건 아니다. 늘 함께 있다 보니 서로의 얼굴만 봐도 생각과 의도, 기분을 알아채고, 또 한명이 아플 때는 옮아서 다 같이 아프게 되는 그런 식의 것이다. 이처럼 모든 가족들에게는 그들만의 유대감이 있고, 그런 것들이 음악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그들에게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우리들이 같이 연주할 때는 서로 서로 가감 없는 평가를 해준다. 포장 없는 솔직한 대화의 과정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연주에서 마음을 맞추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때로는 지나치게 솔직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특별한 감은 아니고 생활 안에서 공유되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거문고, 가야금, 대금을 다루는데, 각자 맡고 있는 악기에 대한 자랑을 한다면.
다감=거문고는 흔히 ‘백악지장’으로 불린다. 그만큼 소리를 내기가 까다로워 마음을 다스리며 정확하게 연주해야 한다. 현대적 시각에선 거문고 소리가 투박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안에 거문고만의 맑고 중후한 음색과 깊이가 녹아져 있다. 또한 거문고는 악기의 형태가 매우 독특하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가치 있는 악기이다.
다정=대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악기로 맑고 청아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대금의 특징은 갈대청을 울려서 내는 청소리인데,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가 상당히 아름답다. 이 청을 어떻게 울리느냐에 따라 음색과 표현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다.
다원=가야금은 우리나라 대표 국악기로,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악기이다. 창작음악을 가장 먼저 수용하면서 개량이 많이 시도됐기에 악기의 종류가 다양하고, 음악의 폭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가야금은 이러한 폭넓은 수용력으로 창작음악을 선두 하고 있다.
▲생각보다 국악의 무대를 접할 기회가 적은 것 같다. TV프로그램에서 가끔 국악과 접목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전공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다감=일반 대중들에게는 전통 국악이 어렵기 때문에 국악계에서도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파급력 있는 프로그램에서 국악을 다루면 대중에게 국악을 쉽고 친숙하게 알릴 수 있기에 무척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파급력이나 관심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대중가요에서는 국악이 양념정도로만 쓰이는 경우가 많다. 대중들은 중국 악기 소리나 동양적인 음계를 모두 국악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발전적이고 지속적인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선 역시 국악인이 주도가 되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악 말고도 봉사활동도 한다고 들었다.
다원=카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어머니와 성당에서 종교활동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했다. 방학 때는 틈틈이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를 도와 수업자료 만들기나 학예회 지도 같은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음악은 어릴 때 각인되는 것이 중요하기에 어린이들에게 국악을 접하게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인들을 통해서 기회가 주어지면 어린이집 연주나 일일국악교사 같은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적은?
다정=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어릴 땐 뭘 몰랐지만 사춘기 이후엔 부담스러운 시선 탓에 어떤 부분에선 소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 셋이기에 항상 잘해도 주목받고 못하면 더 주목받았다. 관심과 정을 많이 받는 만큼 그것에 대한 부담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고,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숙덕거리거나 말을 거는 것이 신경쓰일 때도 있다. 관심과 기대를 많이 받기에 거기에 부응하려고 더 많이 노력하고 조심 하는 것이 힘들다.
▲함께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나?
다정=졸업을 앞두고 심화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음악은 특히 쉴수록 실력이 녹슨다. 배움에는 때가 있기에 전공을 더욱 탄탄히 쌓기 위해 공부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호연 기자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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