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세븐 파운즈
② 세븐 파운즈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03.19 17:01
  • 호수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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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무게가 있다면 …
능력 있는 엔지니어로 좋은 직장과 아름다운 아내, 토끼 같은 아이들 뭐하나 부러울 것이 없이 성공한 남자 벤 토마스는 어느 날, 온 가족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한 순간의 방심에서 일어난 사고로 자신이 삶에서 사랑했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다.
사람들마다 돌발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 다르다. 실의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술을 도피처로 삼다가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특툭 털고 일어서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저마다의 성격을 드러낸다.
스스로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한 벤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자신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에 대한 자책과 죄책감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를 나눠줌으로 세상에 진 빚을 갚고 떠나겠다고 하는 계획을 세운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악덕 유대 상인 샤일록은 자신에게 빚을 지고 갚지 못하고 고심하는 안토니오에게 빚의 대가로 1파운드의 살점을 요구했다는데….
실수로 벌어진 일에 대해서 벤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벤은 스스로에게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자살과 동시에 싱싱한 장기가 손상되지 않은 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벤은 단 한 번만 그 촉수에 닿아도 온 몸의 신경이 마비되어 죽음에 이르는 강력한 독을 가진 해파리를 사용해서 자살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리고는 국세청에 근무하는 동생의 신분증을 가지고 세금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장기 이식을 원하는 대기자들을 하나하나 만나보면서 자신의 장기를 받게 될 사람들이 특별한 이런 수여를 받기에 적합한 인간들인지 철저히 검증하면서 한 명씩 선택한다. 그리고 이런 절차를 모두 마친 날, 물이 가득 채워진 욕조에 들어가 911에 전화를 걸고 욕조 안에 살아 꿈틀거리는 해파리를 푼다.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삶과 죽음을 대하고 다룬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과 성격을 드러난다. 벤이 세운 계획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의 주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죽는 방식, 어떤 사람에게 장기가 가야 하는지, 자기가 사용하던 별장을 누구에게 줄지,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지, 그리고 신선한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 911은 언제쯤 도착해야 될지 까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가족들은 허망하게 떠나가 버렸지만 자신의 삶을 누군가의 주도하에 맡기는 것은 애당초 그의 성격에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운명과 삶, 죽음까지도 통제되어야 하고 자신의 영역이 침범 당하는 것을 견딜 수 없으며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것은 자신이어야 한다고 믿는 특별한 그의 의식의 근저에서 매우 자기애적인 모습이 숨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과 자신의 내면에 몰두해 살고 있는 벤은 사람들과 얽혀 사는 것보다는 기계를 상대로 일하는 엔지니어로 사는 것이 정서적으로 훨씬 더 편했던 것 같다. 지독한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이면에는 사랑받고 싶고 특별한 사람이고 싶었던 유아적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못한 자기애적인 상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용어해설> - 자기애적 성격
자기애적 성격병리의 저변에는 불완전한 자기에 대한 느낌과 이차적으로는 외부 세계에 대한 불완전한 느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 자각 하는 수준에서의 자기개념은 긍정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심층적인 무의식 속에 있는 자기 모습에 대한 신념과 이미지는 오히려 부정적이고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의식적으로는 ‘나는 특별한 존재이며 당연히 타인의 칭찬과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존재’ 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마음 깊은 곳에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열등감이 크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하고 쉽게 상처를 받게 된다.
자기애적 성격 성향이 있는 사람은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부정적이고 불안정한 자기개념 직면하는 것이 괴롭기 때문에 겉으로 과도한 긍정적 자기평가와 자기 과시적 행동을 보임으로써 긍정적인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김연우 정신분석심리치료사
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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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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