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관심이라는 단어
2. 관심이라는 단어
  • 신현식 기자
  • 승인 2013.03.26 14:04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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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아름답지만 정말 무서운 단어


연애의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새 학기가 시작돼서 그런지 학교 주변이 달달하다. 야밤에 도서관을 등지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마주친 학생들(13학번으로 보이는)의 애정행각들이 귀엽다. 달콤한 연애의 시작은 누군가의 관심으로부터 시작한다. 관심이라는 두 글자는 설레고 아름답다. 요즘은 무관심이 사회적으로 병이라지만 관심 그 자체로도 해악이 되기도 한다. 기분 좋은 단어 ‘관심’, 이 단어 속을 들쳐보면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미안하지만 군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군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관심이라는 글자가 얼마나 혹독한 글자인지 알 것이다. 군대에서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을 ‘관심병사’라 한다. 군 내부에서 일반 병사들은 그 정도에 따라 그들을 ‘사단급’에서 ‘대대급’, ‘중대급’, ‘소대급’까지 급수를 나누기도 한다. 일종의 고문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약간 다르다. 필자의 직속선임 중 한명은 ‘사단급’ 관심병사였다. 언제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는 병사였다. 그는 관심병사라는 ‘보험과 방패’로 후임들의 인권을 철저히 박살냈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후임들에게는 커터칼을 꺼내 위협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최고선임들과 간부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척 넘어갔다. 관심병사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병사들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관심이라는 단어의 아이러니함을 군대에서 처음 깨달았다.
또 미안하지만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2012) ‘스포일러성’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인 형사 최형구는 자신의 여자 친구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을 대신할 대역으로 이두석을 내세운다. 자신을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힌 이두석이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자서전을 출간하고 잘생긴 얼굴과 화려한 말솜씨로 단숨에 대중적인 스타가 된다. 실제 범인은 자신이 받아야할 관심을 이두석이 받게 되자 격분하며 직접 TV 방송에 출연한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바로 관심이다. 범인은 관심받기 위해 부녀자를 살해했다. 그는 모든 관심이 이두석에게 향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범인은 살인자이기 전에 관심병자였다. 관심은 아름답지 않다. 무서운 단어다.
지난 방학 중에 비극적인 소식이 있었다. 최진실, 최진영에 이어 조성민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유서에 “한국에서 살길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관심이 무서웠던 것 같다. 특히 최진실의 죽음은 관심이라는 단어의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최진실은 90년대 최고의 인기 있는 연예인이었다. 그녀에 대한 관심은 끝없이 높아졌고, 최고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 끝없는 관심 때문에 그녀의 인생도 끝이 났다. 그녀의 기사에 딸린 ‘악플’들은 그녀를 힘들게 했다. 관심이라는 단어는 씁쓸하다.
기존에 생각했던 ‘관심’이라는 단어는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3가지의 내용에서 보여진 관심이라는 단어는 이성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지만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목숨까지 위협하는 ‘관심’이라는 단어의 재발견이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관심이 필요한 곳은 많다. 나로호를 발사한 그 날 쪽방에 살고 있는 3자매는 영양실조에 걸려있었고, 최근에는 ‘고독사’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좋은 것은 좋은 것으로만 썼으면 한다.
신현식 기자 shsnice10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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