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대학평가의 기준
[사 설] 대학평가의 기준
  • 단대신문
  • 승인 2013.03.28 17:03
  • 호수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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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수놀이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가끔씩 우리나라 소재 대학의 순위가 발표되곤 한다. 작년 말 경향신문의 대학지속가능지수에서 단국대학은 소위 인서울 대학과 지방 국립대가 대부분을 차지한 I그룹 30개 학교에 포함되지 못했으며, 올해 초 발표된 중앙일보 교육개발원 순위에선 죽전캠퍼스가 29위에 턱걸이했다. 이깟 등수가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특히 연구비나 연구업적을 기준으로 매긴 순위가 공개될 때면 “논문 좀 열심히 쓸 걸”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아쉬운 건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너무 양적인 것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라든지 학생 1인당 장학금, 교수 1인당 논문 수 등이 현재 순위를 매기는 주요 기준이다. 강의와 연구야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니 위에서 열거한 항목들이 순위의 기준이 되는 건 당연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를 하는가도 중요하게 고려됐으면 한다. 예를 들어 단국대 천안캠퍼스는 천호지라는 호수를 끼고 있어 그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2001년 한국대학신문이 뽑은 아름다운 캠퍼스 10선에도 포함된 바 있는데, 몇 년 전에는 호수를 빙 두르는 산책로가 완공되어 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도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넓은 부지에 새로 지어진 죽전캠퍼스 또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데, 폭포공원을 비롯해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을 만한 볼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환경이 순위평가에 제대로 반영된다면 좁은 부지에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은 대학들 대신 우리 대학이 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작년 말, 의과대학 평가를 위해 서울 강남에 있는 모 병원을 찾았다. 소위 빅3로 유명한 이 병원은 의과대학을 인수하며 부속병원이 됐지만, 그 병원 어디에서도 해당 의과대학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을 찾아갔는데, 그들이 공부하는 환경을 목격하곤 무척 놀랐다. 암센터로 지어진 곳의 지하 3층과 4층이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실습을 하는 공간이었으니까. 아무리 공기정화기를 풀가동 한다고 해도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지하에만 갇혀 있어야 하는 건, 호수를 바라보며 공부를 하는 우리 의과대학과 비교하지 않는다 해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이리라. 그럼에도 의과대학 순위에서 그 대학은 톱5 안에 들어 있는데, 이유인즉슨 전액장학금 지급과 좋은 병원을 가졌다는 것. 이 조건들이 중요한 건 인정하지만, 공부하는 환경이 왜 전혀 고려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21세기는 환경의 시대, 학생들
이 공부하는 환경도 제발 좀 평가기준에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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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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