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19금
[백색볼펜]19금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3.03.28 17:05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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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정치를 위해 전두엽의 힘이 필요하다

◇내가 본 첫 19금 영화는 <쌍화점>(2008)이었다. 고3시절 무더운 여름날, 저녁시간을 틈타 누군가 살며시 <쌍화점>을 틀었다.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다른 반 학생들까지 바글바글 모여 다 같이 난감한(?) 장면들을 봤다. 물론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소리까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무더운 여름만큼이나 후끈한 첫 19금 영화였다. 하지만 더 놀랐던 건 수능이 끝난 후 봤던 19금 외국영화였다. 사실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다.(야동은 절대 아니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수위가 너무 세서 끝까지 다 보지도 못했다. 그 때 깨달았다. 아, 19금에도 급이 있구나.

◇좀 더 터놓고 얘기해서 세상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19금을 좋아한다. 최근 <SNL 코리아>처럼 19금 코미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저마다 좋아하는 19금의 급은 다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자제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본보의 알성달성 코너에 따르면 점점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이유는 인간의 본능이다. 급이 높아져 영상이나 이미지를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이유는 초정상 자극과 스스로의 성적 상상이 결합돼 미화된 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런 초정상 자극을 억제하는 역할이 전두엽이라고 한다. 그 때 본 조언이 생각난다. “컴퓨터와 티비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과 독서 등 신체활동으로 전두엽의 힘을 키우세요.”

◇세상사에 민감한 우리 정치계에도 19금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19금과 관련된 정치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취임 엿새 만에 ‘성 접대 의혹 사건’으로 인해 낙마했다. 이 사건은 현재 관련된 전·현직 공직자가 늘어가면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그는 자신의 치부를 묻기 위해 보도자료 3개를 한 번에 배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그 전부터 국회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등 우리나라 정치계에는 19금이 판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식상해져서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던 건지 연일 이 같은 사건이 빵빵 터지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연애의 온도>(2013)가 영상물심의위원회에서 19금 판정을 받았다. 편집을 거쳐 재심의를 받았지만 역시나 19금이다. 이에 대해 배우들조차 “왜 19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잔뜩 기대를 하고 갔던 필자 주변의 남자들도 하나 같이 똑같은 소리를 한다. “뭐야, 정말 볼 거 없어.” 이렇게 볼 거 없는 영화를 19금으로 판정하는데 주력하기 보단 정치계에 등급을 매기는 위원회를 만드는 건 어떨까. 아니면 건전한 정치계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전두엽의 힘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秀>

조수진 기자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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