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천의 엔딩크레딧] 3. 좀비영화를 얕보지 마라 1/2
[김상천의 엔딩크레딧] 3. 좀비영화를 얕보지 마라 1/2
  • 김상천
  • 승인 2013.03.30 11:18
  • 호수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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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바디스>처럼, 인류는 지금 좀비와 사랑에 빠졌다


좀비영화를 얕보지 마라, 아! 제목 시원하네요. 저는 좀비영화 마니아입니다.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좀비영화를 봐왔고, 영어회화 공부를 <워킹데드Walking Dead> 원작만화로 했으며, 남몰래 캠퍼스를 배경으로 단편 좀비소설 ‘ZID: Zombies In Dankook’을 쓰기도 했습니다(아 말해버렸다…). 그러는 동안 이 땅의 좀비영화 마니아로서 피해갈 수 없는 수모를 묵묵히 견뎌야 했습니다. 영화 좋아한다더니 취향이 겨우 그 정도냐는 멸시와, 탕수육 국물 뚝뚝 떨어지는 저질영화를 왜 보냐는 핍박 속에서, 저는 오래 전부터 좀비영화를 무시하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좀비멜로’ <웜바디스Warm Bodies>가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찍은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그날이 브래드 피트 주연에 1600억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좀비영화 <월드워ZWorld War Z>가 개봉하는 6월이 될 거란 예상은 빗나갔지만요.

▲ <웜바디스>에서 좀비 R로 변신한 꽃미남 배우 니콜라스 홀트. 일부 관객들은 “좀비도 연애하는 데 우린 뭐냐”며 눈물을 흘렸다죠.



<웜바디스>의 내용처럼 지금 인류는 좀비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미국에서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Pride and Prejudice and Zombies』가 출간 직후 60만부 넘게 팔렸다거나 <워킹데드> 시청률이 역대 미국 케이블드라마 최고기록에 근접했다는 촌스러운 소리로 뒷북을 치려는 게 아닙니다. 외국으로 갈 것도 없어요. 좀비 바이러스는 그전부터 한국에 퍼져있었습니다. 류훈의 <이웃집 좀비> 등 영화나 강풀의 <당신의 모든 시간> 등 웹툰은 물론. 대형출판사에서 ‘ZA(Zombie Apocalypse)문학 공모전’이 열리거나, 유수 문학상 수상작가도 좀비소설(김중혁 『좀비들』 등)을 썼죠. 공중파 드라마(MBC <나는 살아있다>)나 심지어 뮤지컬(<이블데드Evil Dead>) 소재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웹툰이나 소설은 외국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반면 국내에서 만든 좀비영화는 아직까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다양한 좀비물 콘텐츠 중에서 최고는 역시 영화거든요.


좀비영화를 저는 크게 네 종류로 구분합니다. 우선 전통적 B급 호러무비의 계보를 잇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좀비영화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의 것들과 <REC> 시리즈 같은 영화들이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코미디가 가미된 좀비영화입니다. <플래닛 테러Planet Terror>나 <좀비 스트리퍼Zombie Strippers!>처럼 저예산 B급 코미디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말에 늦잠 자고 일어나 씻지도 않고 앉아서 먹다 남은 피자, 김빠진 맥주랑 함께하면 딱이죠.


세 번째는 좀비영화의 백미, ‘진지한 좀비영화’입니다. <28일후28Days Later>나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크레이지The crazies> 등이 해당됩니다. 극도의 공포에 직면한 인간의 절망과 고독, 붕괴된 체제 안의 아비규환, 문명이라는 껍데기를 벗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 등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은 <웜바디스>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같이 요즘 대세인 ‘블록버스터형 하이브리드 좀비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허참, 다양하기도 하네요. 근데 대체 뭐 때문에 좀비물이 이렇게 인기를 끄는 걸까요? 해답은 다음 주에 <28일 후>와 <나는 전설이다>에서 찾아보죠. 세계적 트렌드인 좀비물을 다루려면 2주 분량은 필수니까요. 절대 분량 조절 실패해서 다음 주로 넘기는 거 아닙니다.

영화를 무진장 좋아하는 김상천(영어영문·4)
nounsver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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