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말할 수 없는 비밀
  • 이영은 기자
  • 승인 2013.04.02 12:40
  • 호수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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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학과도 나가면 안돼요”

말할 수 없는 비밀
“이름도 학과도 나가면 안돼요”


기사를 취재하다 학생에게서 의견을 듣고 난 후 마지막으로 “이름, 학과, 학년 좀 알려주세요”라고 물으면 “네? 이름은 좀….”이라며 곤란해 하는 경우가 많다. 기사의 신뢰도를 보다 높이기 위해 웬만하면 이름, 학과, 학년을 밝힌 취재원의 멘트를 받아 기사에 넣지만 신변이 노출되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있어서는 익명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이번 ‘학과의 강요하는 세태’ 기사는 취재에 앞서서 ‘익명’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고서는 취재를 할 수 없었다. 취재원들은 혹시나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까하는 이유로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다. ‘ㅁ’학과 P씨는 “기사에 싣는 건 한 번뿐이지만 나는 학과생활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학과가 소수인원인데 내가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언론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학과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문자를 한다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를 만들며 암묵적인 압박을 가한다.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모두가 쉬쉬하며 악습이 유지되고 있다.


‘ㄱ’학과 J씨는 “이런 부분은 나가지 않았으면 해요”라며 오프 더 레코드로 ‘학과의 강요세태’에 대해 얘기했다. 선후배간의 부조리, 학교행사 참여 강요, 행사비 강요, 군대식 예절 등 학과에서 강요를 받고 있는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부당함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장애물들이 많기에 그 누구도 먼저 나서지 못한다.


악습이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연’이라는 취업과 성공을 이어줄 ‘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과의 강요가 선후배간의 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도 연관되어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학과에서의 대표적인 강요 중에는 연례행사 때마다 교수들에게 선물을 보내기 위해서 돈을 갹출한다든지 교수가 여는 행사에 필수로 참여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한편 학과의 강요세태는 밝히지 않는 비밀이기도 하다. ‘ㅅ’학과 Y씨는 “내가 당한 것만큼 후배에게서 뽑아내야한다는 솔직한 심정도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과의 강요세태는 비단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악습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풀어야 한다. 학과의 강요세태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 아쉽다.
이영은 기자  lye0103@dankook.ac.kr

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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