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심리학 ③ 영화 <몬스터>
캐릭터심리학 ③ 영화 <몬스터>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04.03 20:39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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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③ 영화 <몬스터>

몬스터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몬스터의 주인공 리는 호기심 많고 평범한 어린 소녀로 보통의 아이들처럼 유명한 사람이 되어 TV에 나오는 것이 꿈이다. 사실 어린아이들은 커서 어떤 사람이 될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리의 바람과는 달리 어린 리의 환경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모라는 환경을 영화는 무섭게 쏘아보는 눈길과 비난하는 손가락질을 통해서 슬쩍 보여주면서 지나간다. 어린 나이에 리는 아빠 친구에게 강간을 당하지만 아빠는 믿지 않고 오히려 리를 야단친다. 힘이 들 때면 리는 이러한 현실과는 달리 자신을 알아 봐 주고 믿어 줄 누군가를 찾으며 오랜 동안 자신만의 환상세계에 빠져 산다.
따뜻한 돌봄에 굶주리며 성장한 리는 자존심을 버리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관심과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언제나 늘 이용당하고 배척당하면서 상처는 깊어만 간다. 피곤한 삶을 자살로 마감하기를 꿈꾸던 리는 비가 쏟아지는 고속도로 콘크리트 둔치에서 자살로 절망을 끝내려고 한다.
그러나 무엇엔가 이끌려 맥주 한잔을 하러 클럽에 들리고 거기서 우연히 동성애자인 셀비를 만난다. 리는 평생 동성애자를 혐오했지만 난생 처음으로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는 셀비에게서 낯설면서도 따뜻한 편안함을 느끼면서 끌린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지내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가장해 남자들을 유혹하고 몸을 팔아 돈을 번다.
그동안 리가 거칠고 힘들게 살아오기는 했지만 이런 결정을 하면서까지 셀비와 함께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 봐 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버린다는 말이 있다. 리는 어쩌면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셀비를 통해서 처음으로 자기도 사랑 받을 수 있고 자기의 사랑이 받아들여 질 수도 있겠다고 하는 어떤 희망의 느낌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고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리는 어느 날 밤 잔인한 변태를 만난다. 깊고 어두운 숲속에서 겪는 무서운 성적 학대와 죽음의 위기 속에서 리는 총으로 그 변태를 쏴 죽이고 돌아와 셀비에게 말한다.
상처를 주는 것은 항상 선량한 존재들이지 악한 놈들은 훨씬 대하기가 쉽다고….  상처와 두려움 속에서 리는 새로운 삶을 위해 취직을 시도하지만 세상은 이런 시도를 향해 아무런 스펙도 준비도 능력도 자격도 없이 너무 쉽게 돈 벌려고 든다고 조롱과 비난을 퍼 붙는다. 언감생심 루저에게 돌아갈 자리는 없다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자기의 자리(히치하이킹)로 돌아온 리는 이젠 몸을 파는 대신 총을 빼들고 걸려든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는다. 생명도 돈도 차도 평범한 삶의 일상도….
tv에 한 번 나와 보는 것이 소원인 어린 소녀의 꿈은 이렇게 연쇄살인범이 되어 이루어지게 된다.
예쁜 아이는 성격도 좋지만 못생긴 애는 성격도 어딘가 모가 나있다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항간의 말들은 정말 맞는 것일까? 그림의 떡을 아무리 많이 쳐다보아도 배부르지 않는 것처럼 환상 속에서조차도 정서적 허기를 채우지 못했던 리는 결국 자신이 그토록 필요로 하는 것을 주지 않는 운명과 세상을 향해 도둑과 강도가 되어 자기의 것을 되찾으려 하지만 결과는 너무도 공허하다.
등장인물들 중에 가장 드러난 몬스터는 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숨은 그림처럼 다른 많은 몬스터가 등장한다. 자식을 사랑하지 못하는 부모, 왕따를 만드는 또래들, 이기적인 사람들, 편견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고 문을 닫아버리는 냉정한 사회 역시도 따뜻한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잔인하다는 면에서 모두들 몬스터일 수밖에 없다.
김연우 정신분석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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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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