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68) 교수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68) 교수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3.04.08 00:04
  • 호수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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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모자에 둥근 코, 동그란 안경을 낀 역사 해설가. 지난 33년간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독자들에게 친근한 외모로 역사를 설명해 주던 이원복 교수를 만났다. 에스파냐 편을 마지막으로 『먼나라 이웃나라』시리즈는 막을 내렸지만 이원복 교수의 만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편집자 주>

▲『먼나라 이웃나라』의 제작기간을 명확하게 알고 싶다. 기사에 보면 33년, 34년 혹은 32년이라고도 나와 있다.
 기자들이 쓰고 싶은 대로 그 기간을 늘려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 같다. 1981년에 신문연재부터 시작했으니 『먼나라 이웃나라』의 역사는 33년이 정확하다. 단행본은 1987년에 발행됐으니 맨 처음 책으로 나온 후로는 2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먼나라 이웃나라』시리즈는 누적 발행부수가 1700만부에 이르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역사만화다.『먼나라 이웃나라』는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1975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는 만화 그리는 것은 좋아했지만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 유학생활 중 모순된 역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의 역사와 유럽에서 본 그들의 역사가 전해지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차이를 비교하고 이유를 알고 싶었고, 내가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만화밖에 없었다. 이전에는 보통만화를 그렸다면 그 후 역사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6년간 신문연재를 하다가 책까지 출판하게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렸다는 글을 읽었다. 또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의 디자인학부로 유학을 떠났다.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것 같다.
 경기고등학교에 재학 중일 때 외국 만화를 베끼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시작해 대학교에 다닐 때는 알바가 아닌 작가가 되어 ‘소년한국일보’에 만화를 연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나는 서울대를 졸업하지 못했다. 건축학과에 입학하고 6년간 학교를 다녔지만 졸업은 못했다. 매번 만화를 그리러 다니느라 출석일수가 부족했던 탓이다. 학교에서 재미없는 수업을 듣는 것보다 즐거웠다. 원고료를 받고 술 마시는 쏠쏠한 재미도 있었고.(웃음) 결국 졸업은 하지 못한 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10년간 공부도 하면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인생의 절반에 이르는 긴 시간을 『먼나라 이웃나라』에 쏟았다. 허전함이나 아쉬움이 남지는 않는가?
 ‘막을 내릴 때가 됐지’하고 생각해서 아쉬움은 없었다. 그리고 나에겐『가로세로 세계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도 나이인 만큼 한 우물을 팔 생각이다. 괜히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로세로 세계사』를 3권정도 더 나 출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선진국 중에서 한 나라를 집중적으로, 『가로세로 세계사』는 제3세계를 아울러 지역별로 엮어서 보여주기 때문에 충분히 전세계를 모두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전세계 역사를 책으로 엮으며 많은 나라를 다녔을 것 같다. 다녀온 나라 중 가장 매혹적이었던 문화·건축물은 무엇이 있었나?
 사실 그렇게 많은 나라를 다닌 것은 아니다. 유럽, 북미, 동남아시아, 일본을 다녔는데 일본만 50번을 다녀온 것 같다. 건축물은 어디를 가나 다 비슷하다. 무너진 돌에 궁전과 교회….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그곳은 100년이 넘도록 공사가 진행 중인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건축현장을 돈 받고 보여주는 이상한 곳이다. 보러가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참 얄궂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스페인이 볼거리도 많고 매력적이다. 아랍과 가톨릭 문화가 합쳐진 독특한 건축양식을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방문했을 때 둘러보며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나 둘러보는 곳이 있나?
 반드시 술은 마시는 것 같다.(웃음) 근데 술집이 참 좋은 게 그 속에 사람들의 실생활을 볼 수 있다. 일반시민들과 어울리며 말을 섞다보면 의외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고. 박물관에는 가지 않는다. 그곳에선 죽은 역사를 보여줄 뿐이다. 예를 들어 루브르 박물관에서 프랑스의 역사를 볼 수 있겠는가? 다른 나라에서 약탈해 온 문화재가 대부분일 뿐인데.

▲덕성여대 시각디자인과에서 교수로 활동하시다 명예교수가 되셨다. 역사학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가?
 그래서 학생들에게 정규교양 강좌로 ‘먼나라 이웃나라’를 가르친다. 역사를 가르치는 수업은 아니고 국제정보를 가르치는 수업이다. 현재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기도 한다. 만화에는 들어가기 애매했던 빗겨난 이야기들을 그곳에서 풀어낸다고 할 수 있다.

저술한 책들이 대부분 역사만화기 때문에 와인을 다룬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이 눈에 띈다. 왜 와인을 소개하고자 했는가?
 우리나라가 와인이 늦게 들어온 나라 중 하나이다. 기독교가 전파된 곳은 와인을 예수님의 피로 여기기 때문에 반드시 와인이 전파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그 시기가 늦었다고 할 수 있다. 갑자기 경제력이 좋아진 2000년대부터 와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이 유행하며 와인을 경배대상으로 만들었다. 와인은 내 돈 내가 마시는 것인데 폼 잡고 먹을 필요는 것이다. 그런 선입견을 없애고 괜히 와인에 주눅 들지 않도록 책을 내게 됐다.

▲역사를 보는 시각에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다른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항상 『먼나라 이웃나라』가 좋은 이야기만 들을 순 없었다.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나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정확히 잘 모른다. 일반적으로 댓글의 70%가 악플이기 때문에 절대 댓글을 읽지 않는다. 시간 들여서 보고 기분나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그런 것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마음이 흔들려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수익금으로 외국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는 독일에서 10년간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았다. 그렇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시민들의 세금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독일사람들이 나를 가르친 이유는 당시 한국이 후진국이었기에 이곳에서 공부하고 돌아가서 좋은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었겠나. 그래서 나도 똑같이 제3국에 내가 받았던 도움을 돌려주고 싶었다. 네팔에서 데려온 학생에게 생활비, 등록금 등을 전면적으로 후원하게 되었다. 선행이라기 보단 나에게 주어진 빚을 갚는 것이다.

▲꾸준히 책을 출판하며 사람들에게 역사를 알리고 있다. 왜 사람들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역사는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역사를 모르면 사람이 슬기롭게 살아가지 못하게 된다. 역사를 알아야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 미래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죽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 때의 결과가 오늘날의 지금이 되는 것이다. 뿌리를 알아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때와 지금의 대학생은 너무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20대일 적에는 술 마시러 다니고…. 항상 술만 마신 것은 아니지만.(웃음) 딱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취업이 안 되다 보니 대학생활을 스펙을 쌓기에 많이 투자한다. 우리 때는 낭만이 있었다. 졸업하기 전에 취직할 곳이 결정돼서 취업걱정도 없이 인생을 즐기며 공부만 하면 됐는데 요새는 경쟁의 연속이다. 그래서 ‘힐링’으로 위로받는 것 같다. 사실 힐링이 진통제이지 해결책은 아닌데 말이다. 아날로그 적인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대학의 가장 큰 묘미는 친구들과 부딪히는 것이다. 얼굴 마주보며 소통하고 사랑도 하고 욕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대학생활의 추억을 쌓길 바란다.

『먼나라 이웃나라』 33년간의 기록
『먼나라 이웃나라』는 독일로 유학을 간 이원복 교수가 1981년 현지에서 유럽 6개국의 역사와 정보를 국제우편을 보내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하며 시작됐다. 이후 6년간 연재를 하다 이를 묶어서 1987년 네덜란드 편을 시작으로 도이칠란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992년에 소련이 붕괴되고 정치질서가 변화하자 일부를 수정한 첫 개정판이 나오고 이후 일본편 2권을 추가해 2000년에 컬러를 입힌 두 번째 개정판이 발행됐다. 2012년에는 예전 원고를 폐기하고 1만2천 컷에 달하는 원고를 완전히 새로 그린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가 출판됐다. 『새로 만든…』시리즈에서는 과거와 바뀐 역사 인식을 추가했다. 『먼나라 이웃나라』시리즈는 올해 발행된 에스파냐 편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으며 초판 이후 도합 17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김윤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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