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주간기자석 -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3.04.08 00:23
  • 호수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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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편집장님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학생 멘트 익명으로 받으면 안돼.” 학생들의 실명 및 학과, 학년을 받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신뢰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문에서 취재원의 신원을 밝히는 것은 기본이다. 본보에서는 재학생의 의견을 실을 때 이름과 학과, 학년 표기를 원칙으로 한다. 교직원의 경우에은 이름과 소속부서, 직책을 표기한다. 교직원은 단대신문이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취재원이다. 때문에 기자가 물어보기도 전에 거부감 없이 본인이 먼저 이름을 밝히기도 한다. 반면 학생들은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는 염려 때문인지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

 일반보도가 아닌 기획기사는 대개 학생들의 의견이 중요한 근거가 되곤 한다. 학생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모아 현재 상황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취재원의 신변을 보호해 주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에서 본인을 밝힌다면 그 후가 어찌될지는 말하지 않아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실제로 1342호 ‘강요하는 세태’, 1343호 ‘시들해진 중앙동아리’의 기사에선 취재원의 익명을 보장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고발성 기사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목소리가 듣기 힘들다는 것이다. 신문에서 발언자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하기 위해선 그 사람의 이름이 필요하다. 누가 어떤 말을 한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교내서점 ‘단비’의 기사가 무척 아쉬운 것도 그와 같은 이유이다. 우리 대학 재학생 자치커뮤니티 단쿠키에서는 단비의 교환·환불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와 인기를 끌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취재를 진행했지만, 취재 동안 단비 직원의 말만 들을 수 있었을 뿐, 이에 반하는 학생의견은 듣기 힘들었다.

 실제로 교환·환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직원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모두 인터넷에서 나온 말이다. 제대로 사실 확인이 안 된 말을 함부로 기사에 실을 수는 없었다. 단대신문은 학생에게 바라는 것은 어떤 사건에 대한 불평·불만이 아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자신의 이름이 신문에 나간다고 하면 망설인다. 갑자기 다가와 질문을 하는 기자가 당황스럽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꺼려질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쉬울 따름이다.

 본래 기자가 주간기자석에서 다루고 싶었던 내용은 단비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의 못 다한 이야기다. 기자 본인도 기자이기에 앞서 같은 학생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만나본 학생들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혹은 책을 제본하는 등의 이유로 단비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그럭저럭 단비에 만족하는 학생도 있었다. 결국 단비에 크게 불만을 가진 학생은 만날 수 없었다. 다른 누구를 탓할 수 없는 기자의 부족했던 취재가 안타깝고 속상할 따름이다. 단비와 오해가 있었더라도 분명 피해를 입은 학생들도 있었을 텐데 그들의 말을 전하지 못해 이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김윤숙 기자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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