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식의 신현실 3. 프로야구
신현식의 신현실 3. 프로야구
  • 신현식 기자
  • 승인 2013.04.09 11:41
  • 호수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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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진정 문화가 되려면


책 얘기부터 하려한다. 『카스테라』와 『지구 영웅전설』로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한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필력은 기라성 같은 황석영, 박완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직 소설에 조예가 부족한 필자에게는 그들에 필적하는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소재로 무거운 주제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그의 글 솜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을 것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프로야구에 잠시 소생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얘기를 다뤄, 한국의 자본주의의 불온함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인천에서 태어나 숙명처럼 삼미를 받아들인 주인공은 유년기 시절 삼미에 열광하고 분노하며 청소년이 되어간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삼미의 기록들, 삼미 소속 선수들, 본인이 구매한 삼미에 관련된 의류들은 뇌리 속에 남는다. 특히 유년시절 삼미 어린이 팬클럽 회원이었던 기억은 주인공의 삶의 원동력이다. 그러는 사이 삼미는 사라지고, 일류 대학을 나오고 일류 기업에 다닌 그가 지루하고 숨막히는 자본주의의 구조와 맞서게 된다. 그 때 자신의 뇌리 속 남아있던 삼미의 기억들은 그 구조를 깨트리는 묘약이 되어 주인공을 행복하게 한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절망적으로 봤던 삼미의 기억들이 삶의 기틀이 되어 삶을 윤택하게 하는 내용의 책이다.
필자의 ‘추억팔이’를 하자면 유년기 시절 이종범 선수가 직접 건네준 사인볼을 받았을 때와 대학생 시절 술집에서 만난 이종범 선수와의 짤막한 대화는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를 만난 것이 삶의 기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건 아니지만, ‘스타가 지녀야 할 인간성이란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관념을 갖게 해줬다.
2013년 프로야구 관중 수 목표가 750만 명이라고 한다. 최근 WBC에서 어이없는 예선 탈락과 프로야구 팀 간의 ‘실력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프로야구의 흥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예상이 있지만 엄살에 불과할 것이라는 반론이 더 많다. 프로야구는 우리나라의 최고의 프로 스포츠임에는 틀림없다. 프로야구는 그런 면에서 스포츠를 뛰어넘은 하나의 문화가 돼야 한다.
프로는 승패를 정확히 구분하는 곳이다. 하지만 승리뿐만 아니라 패배도 값진 것이라는 문화를 만드는 데에 있어 프로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대중성이 있다. 프로야구는 승패와 상관없이 친구끼리 직장동료끼리 혹은 애인끼리 치킨에 맥주 한잔하면서, 응원가도 따라 부르고 스트레스도 푸는 ‘저녁이 있는’ 문화를 형성 해주고 있다.
이렇게 프로야구는 현대인들의 삶의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모범이 돼야 한다. 특히 선수들은 공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장 안팎에서의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한다. 심판의 판정에 두 눈을 부릅뜨고, 욕설이 난무하며 패싸움(벤치 클리어링)이 잦은 프로야구는 어린아이들을 이끌 문화로서 자격이 없다.
경기를 보는 관중들도 문화인으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 처리를 아직도 ‘남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선수와 감독들에게 내뱉는 욕설, 인신공격 등은 어린아이들이 있는 경기장에서 삼가야할 최악의 행동이다.  
프로야구는 군사정권이 내세웠던 과거 3S(스포츠, 스크린, 섹스)의 유화정책의 한계를 뛰어 넘은지 오래다. 프로야구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곧 10구단 체제가 시행되면서 프로야구가 팬들에게 스포츠를 뛰어넘는 문화로서의 윤택함을 보여줄지 기대 된다.
신현식 기자 shsnice10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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