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대학입학사정관 제도의 몇 가지 문제
[백묵처방] 대학입학사정관 제도의 몇 가지 문제
  • 박정규(교양기초교육원)교수
  • 승인 2013.04.09 12:24
  • 호수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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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사정관 제도란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으로서, 우리나라에는 2008년 서울대 등이 시범적으로 도입한 후, 2009학년도 입시에서는 고려대와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으로 확대되었으며, 지금은 거의 모든 대학이 이 제도에 의해 신입생 중의 일부를 선발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이 제도가 신입생들을 선발하는 데 상당히 유용한 제도인 것으로도 여겨지는데 과연 그럴 것인가?

필자는 이 제도가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우선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이 제도의 타당성이 그다지 투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어떤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그 제도가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뒀는지 충분히 따져봐야 했음에도, 과연 이러한 제반 조건들을 충분히 감안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에,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던 나라로는 미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제도가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와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필자가 이 제도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단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깊이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이 제도의 근본적인 한계는 전형 방법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이 제도에서는 수능, 내신과 같은 객관적인 점수는 최소한으로 반영되고, 학생의 가능성과 같은 입학사정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학생의 합격 여부가 거의 전적으로 입학사정관의 판단에 좌우되다 보니, 비슷한 조건을 갖춘 학생들임에도 그 학생들의 입학 여부가 입학사정관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이 됐건 지원자들의 조건이 대체적으로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진대, 누구는 합격이 되고 누구는 떨어진다면 이러한 결과를 선뜻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그러나 과정이야 어찌 됐건 수험생들이 이 제도를 거쳐 그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에는 어떤 학과나 전공이건, 대략 세 부류의 학생들이 있을 수밖에 없음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바, 학과나 전공에 따라 신입생들 모두가 입학사정관 제도에 의해 선발됐다면 문제가 덜 할 수도 있겠지만, 세 부류의 학생들이 공존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에 의해 선발된 학생에 따라서는 입학생들의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고 보면, 이들 가운데는 다른 두 가지 전형 방식에 의해 선발된 학생들보다 수업 흥미도가 떨어져서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임은 부언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이쯤에서 도대체 대학이 왜 존재하는 것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시대가 바뀐다 해도, 대학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문을 연구하기 위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학문의 전당’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더 이상 교육부 관계자들은 이런저런 제도를 남발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모든 학생 선발권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최선책임을 다시 한 번 숙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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