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른 미래 그리기
[사설]다른 미래 그리기
  • 단대신문
  • 승인 2013.04.09 14:36
  • 호수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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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요 일간지에 ‘일반 고교의 슬럼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또 소위 잘 나간다는 강남지역에서 정작 학교를 그만두는 중고교생이 가장 많다는 기사도 이어졌다. 학교의 슬럼화란 학교 수업도 등한시하면서 생활태도 역시 나빠지는 ‘총체적 부진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과 사교육 열풍 등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핵심구호 중 하나는 ‘창조경제’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작 담당부서의 장관후보자도, 청와대 수석도 잘 모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것의 핵심은 ‘교육’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새로운 통섭적 지식체계를 구성하고, 그에 걸맞는 인력을 양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와 경제의 발전동력을 창출해내는 것이 이른바 창조경제의 핵심일 터이다.

그러나 정작 창조경제의 핵심역할을 수행해야할 학교의 실정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교의 슬럼화는 곧 대학의 슬럼화로 이어지고 나아가 사회의 슬럼화로 이어진다. 교육이 싫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곳에서 새로운 지식체계가 구성될 리 만무하고 그에 걸맞은 인력이 길러지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사회의 대학도 이와 다르다 말할 수 없다. 과장이 섞여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20대 청년들은 불의에 맞서 투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책을 읽지도 않으며, 취업과 스펙에 매달리는 불안감과 패배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다른 미래를 꿈꾸거나 생각해보기 어렵다. 그러나 권력과 자본을 갖춘 기득권 집단이 만들어내고 있는 작금의 경쟁체제에 성공적으로 편입되는 것에만 목을 매어서는  우리 모두는 개미지옥과 같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정치경제 체제에서 많은 이들이 바라는 ‘안정된 삶의 경로’는 가장 넓게 잡아 10% 정도에게만 허용된다. 이것이 교정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예상치 못할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모두가 공멸하는 극단적 대립의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그려 보고 그것을 실천할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아직 분명치는 않으나 이미 적지 않은 대안들이 도출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개미지옥에서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20대가 논의의 주체로 잘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는 ‘정신적 진공상태’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삶과 사회를 꾸리는, 새로운 대안에 대한 고민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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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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