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름은 짜내야 한다
고름은 짜내야 한다
  • 민수정 기자
  • 승인 2013.04.09 17:17
  • 호수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전직 야구부 감독의 입시 비리 사건은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더 민감한 사안이었다. 취재를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봤지만 다들 같은 말을 반복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학생마저도 연락을 받지 않은 채 함구했다. 심증만으로 기사를 쓸 수는 없었다. ‘이렇게 수박 겉핥기식 기사가 나가는 구나’하고 좌절하고 있었을 때였다.
고생이 허무하리만치 실마리는 의외로 간단히 풀렸다. 한 교수를 통해 일목요연하고도 솔직한 답이 나왔다. 체육특기생 선발의 폐단이 되어버린 스카우트제도의 핵심은 ‘지원서’제도였다. 그 이후로는 명확해졌다. 우리 대학 현직 야구감독인 김경호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있었던 체육특기생 선발에서의 ‘지원서’제도가 사실임을 시인했고, 강 전 감독을 대신하여 이런 일이 다신 없도록 하겠다며 대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필자는 누구도 두둔할 마음이 없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 뿐 아니라,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묵과했던 사람들 역시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사건은 발생하는 그 순간부터 과거이며,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도 없다. 그러니 우선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저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피하고 쉬쉬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니, 더 나빠지는 것은 한순간이다.입시와 관련된 비리는 파급력이 큰 사건중이 하나다. 자칫하면 야구부의 존속이 위험할뻔한 일인 것이다.안타까운 일이다. 어째서, 그저 야구가 좋아서 대학에 입학했을 뿐인 학생들이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로 인해 위축되어야 하는 것일까.
 옛말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그렇다면 사람은 미워하지말지언정 죄는 무겁게 다스려야한다.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예외는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은 폐단이 된다. 우리 학교에서의 입시 부정에 연루된 사람은 예외 없이 해고당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이 원칙은 동시에 부정입학한 학생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만약에라도 입시 부정과 연관된다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학교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하는 식의 강력한 대책 없이는 이런 지긋지긋한 입시비리와의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눈 가리고 아웅해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생채기가 났다면 그 자리에서 먼저 씻어버려야지, 당장 아프기 싫어서 슬쩍 덮으려 한다면 상처는 덧나고 곪아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 대학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폐단이 되는 여러 관행들을 철폐하고, 체육특기생 선발방식에 변화를 주어 공정하고 투명한 공개선발을 할 것을 선언했다. 말뿐만이 아닌 진짜 변화를 통해 입시비리 근절에 한 걸음 다가가길 바란다. 고름은 덮는다고 낫지 않는다. 늦었어도 고름은 짜내야한다.

민수정 기자 freihe@dankook.ac.kr

민수정 기자
민수정 기자

 freihe@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