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념 - 4·3 사건 아픈 영혼 영글게 해 주옵소서
<영화> 비념 - 4·3 사건 아픈 영혼 영글게 해 주옵소서
  • 김지현 수습기자
  • 승인 2013.04.09 17:18
  • 호수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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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72

문화인 문화인 72. 영화 <비념>(2013)

4·3 사건 아픈 영혼 영글게 해 주옵소서

 

▲영화<비념>의 포스터.

 

 

‘제주섬 구석구석 잊혀진 기억 곱게 영글게 해주 옵소서’ 영화 포스터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문구는 다시 돌아봐야할 4.3사건의 아픔을 알려준다. 유채꽃밭이 생각나는 4월의 제주도, 넘실거리는 파도소리, 속삭이는 바람소리. 자연이 울고 웃는 그곳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지 아름다운 풍경 뿐만은 아니다. 65년 전 4.3사건의 배경인 제주도의 풍경 속 숨어 있는 의미를 느껴볼 수 있는 영화 <비념>을 추천한다.


‘비념’은 ‘제주에서 무당 한 사람이 요령만 흔들며 기원하는 작은 규모의 굿’이라는 뜻이다. 첫 장면에 종이 탈을 쓴 제주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등장하는데 이는 4.3사건의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비념’의 의미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비념>은 다큐멘터리형식의 영화로, 두 가지의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4.3사건을 겪었던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들의 생생한 인터뷰다. 두 번째는 이미지와 생생한 사운드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이다.


이 두 가지 특징에서 영화의 의도가 드러난다. 그 때의 아픔이 전해지는 인터뷰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 이 두 가지 특징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영화의 의도가 극대화 되는 것이다. 영화는 93분 동안 대자연에 숨겨진 65년 전 4월 3일의 비밀을 말해준다.

지난 3월 21일 개봉한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도 4.3사건의 아픔을 나란히 드러낸 다큐멘터리영화로 <비념>과 맥락을 같이한다. 두 영화는 65주년으로 접어드는 4.3사건을 기념하고 그 속의 아픔을 다시금 들춰내 사람들 기억 속에서 4.3사건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작됐다.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봉기사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한국에 들어가지 마라. 한국이 제일 나쁜 데야….” 영화 속 일본으로 몸을 피해온 한 할머니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를 통해 4.3사건이 제주시민들에게 끔찍한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단순히 4.3사건의 진상규명에 대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 <비념>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지난 2007년 6월 국방부는 별다른 투표 없이 강정마을을 해군기지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강정마을 구럼비 앞에서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부적합한 절차를 통해 일을 진행하는 정부를 비판하며 영화 <비념>은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현대판 4.3사건을 주목한다.


4월 3일 서울과 부산에서도 4.3사건 위령제를 지냈을 만큼 아픈 영혼들을 달래주고자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꼽히고 있는 제주도가 해군기지 때문에 자연과 주민 모두가 위협 받고 있다. 현대판 4.3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현실에 책임이 있는 누군가라면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비념>을 통해 다시 한 번 이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김지현 수습기자  jhkim91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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