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시간 17. 0.33% 냉혈동물의 모성애
과학시간 17. 0.33% 냉혈동물의 모성애
  • 이철태(화학공) 교수
  • 승인 2013.05.08 03:26
  • 호수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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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혈동물인 뱀에게도 모성애는 있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에 대한 날이라는 뜻일 터인데 느낌은 어머니만의 날인 것 같다. 미국에선 어머니의 날(Mother’s day)과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이 따로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로 ‘Mother’가 뽑혔다. ‘Father’는 10위 내에도 선택되지 못했다. 여성중심의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는 생명의 기원의 시작이 ‘어미’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닭장에 불이 나서 나가보니 수탉들은 다들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병아리를 품은 ‘어미’닭은 까맣게 타죽고 ‘어미’ 품속의 병아리는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 모성애라는 것을 무엇으로 측량하겠는가? 실제 무릇 모든 생명체는 ‘어미’의 몸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올해는 뱀의 해인데 지구상의 대표적 냉혈동물이라는 뱀도 모성애가 있는가? 지구상의 뱀은 총 456 속의 약 3,000여종이 남극을 제외한 세계의 각 대륙에 널리 분포하며, 이 가운데 독 있는 뱀은 4분의 1 정도다. 일부는 북극권 부근까지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뱀 중 99.7%는 자식을 돌보지 않는다. 뱀 중에 약 1/5은 알 대신 새끼를 낳는데, 임신기간은 약 2-3개월이다. 어떤 종은 한 번에 100마리 이상을 낳지만, 대개는 그보다 적다. 새끼뱀은 전적으로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성장이 빨라 2-4년이면 성체가 된다. 뱀은 대부분 성체가 된 후에도 몸집이 계속 커진다. 새끼를 돌보지 않은 것은 알을 낳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암컷은 대개 좁은 구멍, 썩은 통나무 속, 나무 밑동에 알을 낳는다. 한 번에 낳는 알 수는 종에 따라서 다르나 보통 6-30개를 낳는다. 대부분은 알을 낳고는 떠난다. 떠나지 않는 뱀, 즉 모성애를 지닌 뱀은 전 세계에서 단 10여 종, 0.33%에 불과하다. 그 중 2종이 우리 땅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엔 칠점사, 까치살모사, 불독사 등 3종의 독사 및 먹구렁이, 황구렁이, 능사, 화사, 석화사(누룩뱀), 실사, 수사, 기름사 등, 무독성의 뱀 8종을 포함 총 11종과 도마뱀 5종이 울릉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다. 이들 중 먹구렁이와 누룩뱀, 세계 0.33%의 모성애를 지닌 뱀이다. 

 어미 먹구렁이는 알을 낳기 위해, 부드러운 흙이 있는 곳에 새 생명을 맞이할 자리인 산란 장소를 마련한다. 홀로 산란의 고통을 겪으며 달걀 절반 크기의 작은 알을 낳는다. 어미 먹구렁이는 알 곁을 멀리 떠나지 않는다. 어미는 빙빙 돌면서 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알 주위에 몸을 감고 기온이 떨어질 때는 근육을 수축시켜 열을 내 온도를 29℃로 유지시킨다. 그리고 몸을 사린 채 알을 보호한다. 뱀의 알 껍질은 가죽질이고, 그 안에서 새끼가 자람에 따라 팽창한다. 새끼는 약 8-10주 만에 껍질을 찢고 나온다. 알 속에 있는 새끼는 위턱에 나 있는 특이한 이로 껍질을 갉고 밖으로 나온다. 이 이는 껍질 밖으로 나온 후에 곧 빠진다. 또 하나의 모성애을 가진 뱀, 누룩뱀. 구렁이와 같은 속인 누룩뱀도 알을 지키는 희귀한 뱀이다.

 알을 지키는 먹구렁이와 누룩뱀.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끼우며 자식을 키우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 땅의 여학생들의 미래의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뱀의 해의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세계에서 가장 모성이 강한 나라, 우리나라. 미래의 어머니가 될 우리 여학생들이, 더욱 지혜롭고 풍요로워 지기 바란다.

이철태(화학공) 교수
이철태(화학공) 교수
이철태(화학공)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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