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심리학 6. 영화 <레미제라블>
캐릭터심리학 6. 영화 <레미제라블>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05.08 12:42
  • 호수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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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불쌍타
가난한 일용직 노동자 쟝발장은 누이동생과 여러 명의 조카들과 함께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빵을 훔치고 체포되어 5년형을 받는다. 또 남은 가족의 생계가 걱정되어 목숨을 건 탈옥을 시도하다가 19년으로 형기가 늘어난다. 그렇게 19년 동안 힘든 노역으로 죄 값을 치르고 중년이 된 남자는 자신을 파멸로 이끈 사회에 대해 뼈에 사무치는 분노와 증오심을 품고 사회에 나온다. 험한 세월의 고통이 끝난 줄 알았지만... 가는 곳마다 신분증을 요구하고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고통과 분노에 떨면서 헤매고 다닌 끝에 한 성당에서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를 얻고 오랜만에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다. 그럼에도 쟝발장은 식사 중에 눈여겨 봐 두었던 은식기를 훔쳐 도망을 가다가 결국 경찰에 붙잡혀 끌려온다. 그때 신부는 '내가 준 은촛대는 왜 가져가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은촛대를 내어주고 부디 정직한 사람으로 살아가라고 부탁한다. 인간적인 부끄러움에 말문이 막히고 어떤 강한 힘이 자신의 영혼을 뒤흔드는 것 같은 경험 앞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잃어버리고 살았던 인간성을 회복하고 그는 한 도시의 시장이 된다. 그러나 이곳에 오랜 추적자 쟈베르가 찿아 온다 ‘당신을 보니 불현 듯 가석방 중에 도주한 한 남자가 생각난다 그러나 당신은 이 도시의 영웅이고 당신의 노력으로 이 도시는 치안이 잘 유지되고 번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칭송하며 ‘무례한 이야기는 그만 두자’고 하지만 과거가 명확하지 않는 시장을 본능적으로 의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쟈베르는 파리에서 온 편지를 들고 찾아와 느닷없이 쟝발장에게 ‘고백할 큰 죄가 있다’ 고 말한다. 요지는 당신을 의심해서 상부에 보고했는데 진범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 사람이 곧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 시장의 권위를 의심하고 상관을 무고했으니 자신을 용서하지 말고 해임해 달라는 것, 그동안 자신은 범죄자들에게 늘 가혹하게 대했는데 그러니 자신도 당연히 죄 값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쟝발장은 ‘당신은 당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 그것은 큰 잘못도 아니고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니 열심히 일 해 달라 ’고 하며 그의 청을 물리친다. 프랑스 혁명 전야, 왕당파와 공화당파의 싸움에 민간인으로 위장해 바리케이트에 잠입해 있던 쟈베르가 시민들의 제보로 붙잡히고 쟈베르의 처형이 임박해지는데 쟝발장이 그를 살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쟈베르는 자기를 죽여 복수를 완성하고 영원히 숨어살라고 다그친다. 그러나 쟝발장은 허공에 총을 쏘아 그를 살려주면서 주소를 알려준다. 내가 살아남으면 나를 체포하라고... 피도 눈물도 없는 법치 맹신주의자이며 법과 심판으로 사람을 갱생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평생을 살아온 법지상주의자 쟈베르는 순간 혼란에 빠진다. ‘그동안 확신에 차서 한 일이 왜 이리 회의가 드는 걸까? 그동안 내가 알던 세상이 어둠 속에 사라져 버렸다’ 고 독백하던 쟈베르는 쟝발장을 체포하러 가는 대신 깊은 강물에 몸을 던진다. 아마도 쟈베르는 레미제라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쟈베르는 부모가 범죄하여 교도소에 갇히는 바람에 감옥에서 태어난다. 그의 부모들은 최악의 환경에서 아이를 지키려고 노심초사 하면서 아이 앞에서 강박적으로 법을 이상화하고 법 준수를 강조했을 지도 모른다. 아이 역시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자연스런 욕동을 억압하면서 간수의 꿈을 키웠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범죄자들과 아주 가까이에서 타락과 악함, 비인간성을 피부로 생생하게 느끼면서 범죄자의 성향이 절대 바뀔 수 없다고 믿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엄정한 법지상주의자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결코 인간의 선함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오랜 신념이 무너졌을 때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쟈베르는 빵 하나를 훔친 죄의 댓가로 19년 노역형이 정당한 것인지... 백성들을 굶주리게 해서 도둑이 되게 한 왕과 관리들의 형벌은 얼마나 더 큰지... 진정한 정의는 무엇인지... 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성찰도 없이 강력한 법 집행으로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죄악을 극도로 혐오하면서 평생을 사회의 감시자로 촉각을 세우며 살았지만 자신의 진정한 감정은 돌아보지 못한 외로운 아웃사이더였던 것 같다. 용어해설: 반동형성 자아는 때때로 반대행동을 함으로 오히려 금지된 충동이 표출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조절하거나 방어하게 되는데 이를 반동형성이라고 한다. 보통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은 억압되고 그 반대적 행동이 의식차원에서 표현된다. 김연우 정신분석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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