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시간 18. 여인의 향기
과학시간 18. 여인의 향기
  • 이철태(화학공) 교수
  • 승인 2013.05.14 12:30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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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항 인간의 향기?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엔 고교 1년생 정도 보이는 소녀가 그녀의 어머니 등 뒤에 서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지나쳤다. 그 순간 어머니의 등 뒤에 서있던 소녀는 그녀의 어머니 머리카락에 코를 대고는 ‘엄마, 향수 쳤어요?’라고 하였다. 그러자 소녀의 어머니는 ‘나이스 퍼르퓸’ 하면서 미소 띤 눈으로 나를 가리켰다. 나의 옷소매에 뿌린 향수(perfume, 香水)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다. 명배우 '알 파치노'가 주연한 '마틴브레스' 감독의 영화〈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에서 '알 파치노'가 한 번도 탱고를 춘 적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과 탱고를 추는 장면이 생각났다. 
 
 일상생활에서 처음으로 향수를 사용한 민족은 이집트인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Mark Antony)’를 유혹하기 위해 자신의 배에 향수를 흠뻑 뿌렸다고 한다. 당시 유행하던 향료로는 ‘무스크(musk)’, ‘시트러스(citrus)’, ‘자스민(jasmine)’ 등이었다. 옛날의 성직자들은 건포도, 나뭇잎, 나무 등을 태워 향을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그들은 이 연기가 그들의 신에게 전달된다고 믿었다. 향수(perfume)란 어원 또한 라틴어인 "Per fumare" 즉, "연기를 내다", "연기를 통하다" 라는 뜻이다. 향수에 대한 열정이 최고조로 달한 때는 루이 15세 시대이다. 향수는 에센스오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꽃잎에 농축되어 있으나 다른 곳에도 있다. 귤껍질을 누르면 상큼한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 아주 작은 입자 형태로 나온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향 성분이 기름에 녹도록 꽃잎을 따뜻한 기름에 담군 다음, 이 기름을 알코올로 처리하여 향 성분을 추출하였다. 이 방법에선 기름의 온도가 높을 경우 향 성분 중 일부가 분해될 수 있으므로, 프랑스인들은 유리접시에 정제된 지방을 코팅한 후, 꽃잎을 올려놓고 밀폐된 곳에 보관하면서 며칠에 한 번씩 꽃잎을 갈아 주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하면 꽃잎에 있는 향 성분이 유리접시에 코팅된 지방에 모이게 되고 이 지방을 긁어모아 에탄올로 향 성분만 추출 된다. 11세기에는 장미수(rose water)를 만들기 위하여 수증기 증류(steam distillation)방법을 도입하였는데 이 방법은 현재까지도 장미향과 같은 천연향을 추출할 때 사용되고, 최근엔 솔향기가 나는 피톤치드를 추출할 때도 사용된다. 사향 고양이(civet)의 땀샘에서도 동물향이 배출되는데 이 향은 미량으로도 성적 자극을 유발하여 현대 향수에 최초로 사용된 천연 동물향이다. 중국에서는 사향노루를 사용하여 천연의 ‘무스크’오일을 추출하였다. 최고 수준의 향은 당연히 천연으로 추출한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향이 대부분이다. 1834년 최초의 합성향료 ‘니트로벤졸(Nitrobenzol)’의 출현을 시작으로, 합성 향료를 사용해 만든 가장 오래된 향수는 1889년 ‘겔랑’에서 나온 '지키(Jicky)'이며, 1923년 알데히드(aldehyde)를 기초로 한 ‘샤넬 No.5’가 출현되었고, 1953년에는 미국의 ‘에스터 라우터(Ester Lauder)’회사가 꽃향기와 강력한 동양적인 향기를 주는 ‘젊은 이슬(Youth Dew)’로 프랑스의 샤넬에 도전장을 내었다. 이제 향수는 사향, 헤리향 등의 극소수의 동물성향료와 1500여종에 이르는 식물성향료, 그리고 3000여종에 달하는 합성향료 등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지고 있다. 향수는 좋은 향기를 인위적으로 내기 위해 만드는 화장품의 일종이다. 그러므로 좋은 향수는 좋은 향기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훌륭한 인간의 향기는 좋은 향수로부터 오지는 않는다. “뚝배기보단 장 맛”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철태(화학공) 교수
이철태(화학공) 교수
이철태(화학공)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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