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교수에게 듣는 각양각색 스승의 날
외국인 교수에게 듣는 각양각색 스승의 날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3.05.14 12:45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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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만국공통

스페인, 선물 따로 받지 않아
몽골, 교수끼리 한 해 되짚어봐
미국, 한 주 전체가 기념일
일본·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없어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의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 강경고 RCY(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병상에 있거나 퇴직한 은사들을 위문한 데서 유래했다. 이후 학생들의 선행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1963년 ‘은사의 날(5월26일)’을 제정했고, 2년 후인 65년부터 세종대왕 탄생일인 5월 15일이 ‘스승의 날’로 지정됐다.

‘두사부일체’라는 말이 보여주듯 우리나라에서 ‘스승’이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학생들은 매년 이날을 기념해 카네이션과 편지를 전달하고, 깜짝 파티를 여는 등 제각기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스승’이 어떤 의미일까. 우리 대학에 재직 중인 외국인 교수에게 각국의 스승의 날에 대해 들어봤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스승의 날은 11월 27일이다. 스페인의 스승의 날은 유럽에서 최초로 공립학교를 세운 호세 데 칼라산스(Jose de Calasanz)를 기리기 위해 시작됐다. 스페인 유치원, 초등학교의 스승의 날 모습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위한 편지, 노래 등으로 스승의 날을 축하한다. 반면, 중․고등학교에서는 더 이상 함께 모여 스승의 날을 기념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감사한 선생님에게 마음을 전하지만, 그나마도 감사 인사를 전하는 정도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선물을 주는 일은 극히 드물다.

호세 안또니오 아라야스 마르께스 (스페인어) 교수에 따르면 스페인 대학생의 경우 대부분 교수에게 선물을 하지 않는다. 아예 학생들에게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교수님도 있다. 마르께스 교수는 “성적이 전체 학생에게 공시되는 스페인의 대학에서 교수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자칫 성적을 잘 받기 위한 ‘뇌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 2년째 재직 중인 마르께스 교수는 “처음 학생들에게 선물을 받았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온 그의 눈에는 꼭 스승의 날이 아니어도 음료수 등을 교수를 잘 대접하는 한국 학생들이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르께스 교수는 “이제는 한국에서 ‘스승’의 의미가 깊은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꽃이나 편지를 주는 등 함께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덧붙였다.

드넓은 초원의 나라, 몽골의 스승의 날은 매년 2월 첫째 주 일요일이다. 몽골에서도 스승의 날이면 꽃을 선물하는데,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우리와는 달리 꽃다발을 선물한다. 학생들은 감사 편지를 전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대신해 수업을 하기도 한다. 또한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노래, 춤, 글짓기 대회를 개최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몽골에서는 스승의 날에 교직원들이 모두 모여 한 해의 일이 계획했던 대로 잘 실행되고 있는지를 되돌아본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교직원들끼리 호텔급 고급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이날 각 학교에서는 우수한 선생님을 선발해 교육부 주최 스승의 날 대회에 대표로 보내며, 몽골 교육부는 우수학교, 우수교사·교수들에게 훈장 및 다양한 포상을 수여한다. 이때, 각 학교의 대표 선생님은 교육부에 학교의 개선 사항을 요구하기도 한다.

닉이아코비노(교양기초) 교수에 의하면, 미국의 스승의 날은 대개 한국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한 주 전체를 기념일로 잡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스승의 날 선물을 주기는 하지만, 대부분 비싼 것이 아닌 상품권이나 감사카드 등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생과 선생님 모두 스승의 날을 즐거워하지만, 스페인처럼 스승의 날 행사는 주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이뤄지고 고등교육기관으로 갈수록 기념하지 않는다.

한편, 스승의 날이 따로 없는 국가도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스승의 날이 없다. 몇몇 포털사이트에 ‘일본 스승의 날’을 검색하면 나오는 “일본의 스승의 날은 5월 17일”이라는 답변은 잘못된 정보다. 곤유미(일본어) 교수는 “일본에 스승의 날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며 “특별히 선생님과 함께 하는 행사는 없지만,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 히나 마쓰리 등 가족과 관련된 행사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런 곤 교수에게 지난해 처음으로 겪은 한국의 스승의 날은 당황스러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곤 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듣지도 않는 학생이 찾아와 차를 선물해 놀랐으며, 후에 스승의 날 선물임을 알았지만 왜 선물을 하는지 의아했다고 첫 스승의 날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크리스트 루터(교양기초) 교수에 의하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도 스승의 날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승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현하는 기념일이 없는 대신, 남아공에서는 특이하게도 스승의 생일을 다함께 축하한다. 루터 교수는 “원래 한국에는 기념일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스승의 날을 처음 알았을 때는 무척 신기했다”며 “한국에서 맞은 첫 스승의 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학생들의 깜짝 파티에 놀랐다”며 “이런 좋은 기념일은 모든 국가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어떨까. 그렉 캐리(교양기초) 교수는 “캐나다에는 스승의 날 혹은 교육자를 위한 날이 없다”고 말했다. 캐리 교수는 “스승과 어버이를 동일시하는 문화로 인해 스승의 날을 한국에서 의미 있게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캐나다에 스승의 날이 없다고 스승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국에서는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스승에게 고가의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문화는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고가의 선물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카네이션 한 송이가 마음을 더욱 잘 표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리: 김예은 기자
기획취재팀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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