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천의 엔딩크레딧] 8. 아 보고 싶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26년>’
[김상천의 엔딩크레딧] 8. 아 보고 싶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26년>’
  • 김상천
  • 승인 2013.05.15 16:10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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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리메이크 계획 밝힌 타란티노…반전 뒤태 ‘아찔’


[개뻥뉴스] 속보입니다. <펄프 픽션Pulp Fiction> <킬빌Kill Bill> <장고:분노의 추격자Django Unchained> 등의 영화로 잘 알려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차기작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국영화 <26년>을 리메이크 하겠다고 깜짝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복수의 영국 외신은 타란티노 감독이 트위터를 통해 밝힌 차기작 소식을 인용하며 “자세한 내용은 이번 주 토요일이 될 5월 18일(한국시간) 발표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최근 ‘더 썬’과의 인터뷰에서 “<26년>을 보는 동안 속 터져서 죽는 줄 알았다. 장군을 죽일 기회가 무수했지만 한국의 용사들은 끝내 그의 대머리를 후려치지 못했다”며 “그것은 마치 한국판 햄릿을 보는 것 같은 비극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내가 한국 관객들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복수극을 보여주고 싶다. 장군의 얼마 안 남은 머리털을 다 뽑아버리겠다(웃음)”고 제작의도를 밝힌 바 있습니다.
 

비디오가게 점원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된 타란티노는 기존 영화문법을 비웃으며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들로 ‘컬트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혈흔이 낭자하는 슬래셔 형식의 B급 정서로 호쾌한 복수극을 그려온 타란티노가 한국 역사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질지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 장군들 다 족구하라 그래!”

 한국 영화계는 이 소식에 들뜬 환영 인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영화애호가 김상천씨는 “<26년> 시나리오는 타란티노 특유의 붉은 미장센을 그려내기에 아주 좋은 소재”라며 “고소하고 짜릿한 복수를 통해 <26년>의 찝찝함을 날려버릴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씨는 “타란티노의 전작 <바스터즈: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에서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들이나 <장고:분노의 추격자Django Unchained>에서 흑인노예를 부려먹은 백인지주들과 마찬가지로, 장군이라는 존재는 ‘맘껏 후드려패도 상관없는’ 공공의 적으로서 손색이 없기에 타란티노 입맛에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씨는 무기한 출간 예정인 자신의 저서 『내가 본 졸라 찝찝한 영화들』에서 <26년>이 망작이 된 요인을 “폭력 대상의 오류”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아래는 김씨의 원고에서 발췌).
 

“(…) 관객은 무협영화를 기대하고 <26년> 티켓을 끊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거의 대부분의 관객은 ‘광주항쟁 26년 후, 장군을 죽이러 간다’는 단 한 줄을 머릿속에 넣고 영화관을 찾았다. 현실에선 묘연한 권선징악이 스크린 안에서나마 실현되는 걸 보고 싶고, 그 과정에서의 액션 또한 볼만한, 말하자면 홍콩 무협영화나 양키 총싸움과 동일한 플롯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26년>은 폭력의 대상이 잘못 설정돼있었다. 신음하는 건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었다. 그래서 겁나게 찝찝했다. 젖은 팬티 입고 영화 보는 기분이었다. 왜 영화 속에서까지 힘없는 사람들만 폭력에 시달리는 더러운 꼴을 보게 만드나. 후드려패도 되는 놈을 패주는 영화인줄 알고 봤다가 기분만 잡쳤다. 그 와중에 만듦새도 형편없었으니까.
 

계엄군 총탄에 구멍 난 배에서 흘러내리는 내장을 주워담는 여고생, TV속 장군만 보면 온몸을 덜덜 떠는 곽진배(진구)의 어머니 등, 영화는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부조리한 폭력의 희생양들을 보여주며 분노의 정서를 쌓는다. 쌓았으면 이걸 후반부에 복수하면서 터뜨려야 되는데 속 시원한 복수는 끝까지 안 나온다. 그래서 찝찝한 거다. 똥이 나올 것 같은데… 아, 쫌만 더 힘주면 나올 것 같은데… 근데 그로부터 30분이 지나도 안 나오는, 그런 느낌이다.
 

외압에 시달리고, 펀딩 안 돼서 감독이 바뀌고, 캐스팅도 날아가고… 제작 과정에 우여곡절 많았던 건 알고 있다. 미술감독의 입봉작이고, 제작비도 부족했고, 또 어떻게든 대선 전에 개봉하고 싶었을 것도 안다. 그러나 그런 제약들이 이 찝찝한 마무리의 변명은 되지 못한다. 쌓아놓은 정서를 어떤 식으로라도 해소하는 후반부 시퀀스가 반드시 있어야했다. 현실적 문제 때문이었다면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다. 장군의 사과 비슷한 장면이라도 하나 있었다면 이 영화 이렇게까지 찝찝하진 않았을 텐데.”

개뻥뉴스 김상천 뻥전문기자
nounsver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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