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23 낸시랭 vs 변희재
막상막하.23 낸시랭 vs 변희재
  • 최형균
  • 승인 2013.05.15 21:42
  • 호수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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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유명인사들

적대적이긴 하지만 그 다툼이 서로의 입지에 이로움을 주는 관계를 ‘적대적 공생관계’라 부른다. 낸시랭과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의 행동을 보면 이 용어가 생각난다. 이번 주 막상막하의 주인공은 팝아티스트인 낸시랭과 주간지 ‘미디어워치’의 변희재 대표다. 낸시랭과 변희재 대표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SNS'를 통해 의견표명을 해왔으며, 막대한 팔로워 수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논객들이다. 이 둘은 SNS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 왔고 그 덕분에 수많은 적을 가진 ‘이슈메이커’들이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과 싸우면서 세간에 이름을 알리게 된 유명인사라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변 대표는 인터넷 언론지 ‘대자보’를 시작으로 ‘서프라이즈-브레이크뉴스’같은 진보매체를 거쳐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했고, 이후에 보수적 매체인 ‘미디어워치’ 대표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력만큼이나 사람들과 싸우게 된 계기도 독특하다. 문화부에서 2학기에 강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객원교수인 진중권 교수의 강의료 환수에 나서자 변 대표는 ‘전문성’등을 거론하며 이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진중권은 변희재를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비욘 드보르잡(듣보잡을 변희재의 이름으로 변형)’이라 칭하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게 됬?? 변 대표는 이에 진 교수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선후배 사이인 둘은 아이러니 하게도 이 사건 이후로 앙숙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후에도 변 대표는 공지영의 작가가 4·11투표일에 민낯으로 투표 ‘인증샷’을 찍은 것에 대해서 “토 나올뻔 했다”라고 말하고, 야권정치인과 지지자들의 투표독려 행위에 대해서도 ‘나치 수준의 선동’이라 말하며 야권과의 분명한 대척점을 지게 된다. 이후 대선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의 비밀회담에서 ‘NLL’포기발언을 했는지 여부가 정치쟁점으로 부상했고, 진 교수가 보수 커뮤니티 회원인 ‘간결’을 토론에서 이겼다. 이에 변 대표는 ‘명예훼손죄’로 인한 벌금을 깎아 주겠다며 진 교수에게 ‘사망유희(상대 논객을 한명씩 쓰러뜨리고 최종적으로 변 대표와 토론하는 형식)’를 제안하게 되고, 여기서 변 대표는 승리를 거두면서 보수논객의 대표주자로 자리잡게 된다.
낸시랭(한국명:박혜령)은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미국인 팝아티스트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나레에 참가해 산 마르코 성당 앞에서 ‘초대받지 않은 꿈과 갈등: 터부 요기니 시리즈’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데뷔한 이래로 그녀는 기업광고,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낸시랭은 어깨 위에 고양이 인형을 올려놓고 다니는 독특한 의상과 언어(큐티·섹시·프리티·낸시·앙~!), 비키니를 입고 행한 투표독려 퍼포먼스 등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됐다. 그런 그녀가 인터넷 논객으로 주목 받게 된 계기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됐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국민생각에 입당한 전여옥 전 의원에 대해 ‘변신의 귀재’라고 칭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변 대표는 이를 ‘친노종북세력에 대한 아첨발언’이라고 트위터 상에서 비난했고, 변 대표와 낸시랭은 INSITE TV에서 ‘SNS를 통한 연예인 사회참여’를 주제로 ‘3분토론’까지 벌이게 됐다. 이후 서로 간에 앙숙관계가 된 상태에서 변 대표는 낸시랭이 한국·미국 국적을 지닌 이중 국적자지만 성인이 되어서야 한국 국적을 포기했음을 근거로 홍익대학교의 재외국민전형에 부정하게 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낸시랭의 논문표절까지 주장하며 둘은 트위터 상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이게 됐다.
이후 둘은 간간이 서로에게 트윗을 하면서 소강상태를 이어간다. 최근 낸시랭이 평소에 말했던 것과 다르게 그녀의 부친(박상록)이 살아있다는 것, BBC에서 요청했다는 ‘거지여왕-UK 퍼포먼스’가 낸시랭의 거짓말이라는 변 대표의 주장에 둘은 다시 한 번 트위터 상에서 전면전을 벌이게 된다. 박상록씨가 자신이 낸시랭의 친부임을 밝히고, BBC에서 낸시랭을 초청한 적이 없다는 확인메일까지 등장하자 낸시랭은 변희재에게 패배를 선언하면서 둘의 설전은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낸시랭과 변희재, 두 사람은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 내왔고, 앞으로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들은 비록 설전을 벌이면서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그와 더불어 큰 명성을 얻으며 우리사회의 대표적 인터넷 논객이라는 지위까지 얻게 됐다. 이러한 매력적인 자의적인 ‘적대적 공생관계’를 그들이 포기할지는 기자도 의문이다.
최형균 기자 capcomx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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