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전설동화 (상)(하)』
서평 『조선전설동화 (상)(하)』
  • 최인학 인하대 명예교수
  • 승인 2013.05.16 17:04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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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철 교수가 발굴한 1910년대의 설화집
『조선전설동화 상하』2권이 나왔다. 여기 동화라는 용어를 붙인 것은 창작동화가 아니다. 이를테면 민담을 이른다. 당시는 용어가 정착되지 아니한 탓으로 설화를 동화란 용어로 병용한 것이다.
일본 식민지시대에 정책을 위해 전국적으로 수집하려던 동기가 숨어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자료는 한국의 설화로서는 지금까지 채집한 것 중 가장 먼저 수록 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학자나 일본인이 채록한 설화집은 더러 있었다. 예컨대 심의린, 손진태, 정인섭, 임석재,  아오야기 고오타로, 태라가도 요시다카 등 이런 사람들이 1920년대와 30년대에 걸쳐 설화를 채록했거나 저술한 사람들이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연구자들이 아닌 일반인의 채록인 까닭에 용어에 통일이 없고 제보자들도 구연자가 아니기 때문에 요지만 적혀있는 경우가 많다. 필사과정도 양면괘지에 필사된 것으로 읽기에 난삽하기 이를데 없다.
조선총독부가 1913년에 전국적으로 실시한 설화자료 조사보고서를 기반으로 했는데, 총독부가 시도한 이 프로잭트는 군에서 먼저 수집하여 각도로 보고형식으로 보고하면 각도에서 다시 정리하여 총독부로 보고하는 형식이다. 왜 설화채록을 초기에 이처럼 심혈을 기울였을까. 몇가지 추측할 수 있다. 첫째는 당시 설화 속에 담긴 한국인의 정신사상을 알기 위해서이다. 설화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와 문학적 소양을 파악 할 수 있다면 한국인을 지배하는 정책을 세우는데 그보다 효과적인 일은 없다. 둘째는 한국인의 문학적 소양을 알기 위함이다. 설화에는 민중의 지혜가 담겨 있다. 글을 몰라도 경험을 통해 얻은 상식과 지식이 있다. 그러므로 풍부한 설화가 있다는 것은 그 민족이 가진 지식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은 첫째 총론으로 시작하는데 총론에는 이 자료의 입수경위와 서지학적, 설화학적 검토가 이어지고 끝으로 자료의 가치와 의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제1부 번역편에는 함경북도로부터 시작하여 팔도 조선인의 전설동화를 번역수록했고 제2부는 원문입력편으로 원문이 필기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 난삽하여 다시 활자체로 옮겨놓았다. 제3부는 원문영인본으로 구성되었다. 전체가 방대한 분량이므로 상하 두 권으로 분책했다.
일본 신화에 오오구니누시노미코도(大國主命)는 한국계라는 설이 있다. 이즈모신화(出國神話)의 최고신의 아들로 영웅신이며 국내평정, 농업의 신 이를태면 문화의 신으로 활약이 크다. 이 때 토끼가 거북이를 속여 다리를 놓게 하여 무사히 바다를 건넜다는 설화가 있는데 자료중에 경기도 강화군에서 보고한 「토끼와 거북이」가 바로 그것이다. 내용은 같은 것으로 어느쪽에서 수용했는지 비교연구를 할만하다. 설화에서 신화로 수용했다는 일본측 해석도 음미할만하다. 이 밖에 유사한 설화가 많기 때문에 이 자료는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편저자인 강재철 교수는 고전문학과 설화를 전공한 학자이다. 그는 철저한 고증을 통하여 학문의 체계를 이룬 보기 드문 국문학자이다. 2011년 『한국설화문학의 탐구』(단국대출판부)로 월산민속학술상을 받았으며 단국대학교 부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도 학사에 매진하는 틈틈이 이 작업을 이어나간 것이다. 자료발굴서부터 출판하기까지 4년여 걸렸다. 외면으로는 온유하지만 내면으로는 강직한 학자로서 꾸준한 노력으로 인해 이 책이 발간된 것은 학계의 영광이며 설화 연구에 있어서 후학들의 귀감이 되었다. (단국대학교 출판부 발행)
최인학 (인하대 명예교수)
최인학 인하대 명예교수
최인학 인하대 명예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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