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심리학 ⑧ 영화 <현기증>
캐릭터 심리학 ⑧ 영화 <현기증>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05.16 17:05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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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증 속에 억눌린 소망
정상적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현기증이 나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은 높은 곳에만 올라가면 현기증이 나서 정상적인 직업 활동을 할 수 없는 고소공포증을 가진 전직 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스키터는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형사로 동료경찰과 함께 범인을 뒤쫓다가 현장에서 동료가 건물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목격한 후 일을 접고 사립탐정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한다. 마침 그때 고교동문 캐빈으로부터 망령에 사로잡힌 자기 부인 마들렌을 미행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마들렌은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차를 몰고 하루 종일 어딘가를 돌아다니지만 막상 자신의 행적은 하나도 기억 하지 못한다. 이 여인은 미술관에 가서 어느 그림 앞에 몇 시간씩 혼자 앉자 있기도 하고 빈숲을 돌아다니거나, 어느 무덤가에 멍하니 서 있기를 반복하는 정신증적 병력이 의심되는 여자로 이 여자의 할머니 역시 부유한 남편에게 버림을 받아 거리를 헤메고 다니다가 미쳐 자살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행 중에 결국 염려하던 일이 일어나 여인이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아래 강에 뛰어들어 투신하는 일이 벌어진다. 형사였던 스키터는 순발력으로 마들렌을 구해내고 이런 일의 스토리가 늘 그렇듯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마들렌은 스키터의 사랑을 거부하고 무언가에 홀린듯 높은 교회의 종탑으로 올라가고 자살을 예감한 스키터가 그녀를 붙잡기 위해 계단을 따라 오르지만 예의 고소공포증으로 현기증을 일으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사이 마들렌은 종탑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만다. 
이 영화에서 보면 스키터의 고소공포증은 중요한 순간에 늘 그의 발목을 붙잡는 것 같다. 고위직인 검찰총수를 꿈꾸던 그가 고소공포증으로 경찰직을 그만 두고, 사랑하는 여인도 눈앞에서 잃어버리고...  깊은 우울증에 빠져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지만 자신도 그 이유를 알지는 못한다.
프로이드가 치료했던 광장공포증을 보인 한스 소년의 사례에서 보면 외출에서 돌아온 한스가 어느 날부터인가 밖에 나가기를 거부하고 공포증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런 갑작스런 변화에 대해 아이 자신은 물론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치료를 통해 알게 된 것은 한스가 광장에서 마차를 끌고 가는 말을 보았고 말의 뒷모습에서 거대한 성기를 보았는데 그것이 그의 불안을 자극했던 것. 아이의 광장공포증의 이면에는 엄마에 대한 욕망과 자신의  외디프스적 욕망을 만일 아버지가 알게 되면 종마처럼 힘센 아빠가 자신을 거세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무의식적인 불안을 통해 그런 생각을 억압했던 것
그렇다면 스키터가 보이는 증상과 관련해서도 그의 억눌린 심리적 소망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그는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는 여자가 있었지만 결혼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니고 정작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그 사랑을 지켜내지도 못한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는 그런 자신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진 적도 없었고 으레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왠지 이번에 보이는 그의 반응은 달라 보인다. 예기치 못한 사고와 죄책감으로 인한 고통은 그동안 피해왔던 내면의 진실을 마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키터는 이번만은 현기증을 핑계로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상쇄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고 그럴 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그는 어느 날 거리에서 죽은 마들렌을 똑같이 닮은 한 여인을 보고 뒤를 쫓아가 친구가 된다. 스키터는 이 여인에게 머리도 옷도 신발도 마들렌처럼 똑같이 할 것을 요구하는데 그것은 마치 죽은 사람을 살려내려는 무모한 시도처럼 보인다. 히치콕감독은 후반에 이 여인이 마들렌이었지만 허나 단지 마들렌의 역할대역에 불과했다는 반전을 준비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죽은 마들렌에게 집착하던 스키터는 마들렌의 대역을 했던 여인과 함께 그 여인이 떨어진 종탑에 다시 올라가는 모험을 강행한다. 정신이 아득하고 다리가 휘청거리고 현기증으로 어지럽지만 비틀거리며 종탑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에게 높은 곳을 올라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추락에 대한 공포와 증상(현기증)이 주는 이득은 무엇이었을까?  스키터는 꼭대기에서 아득한 아래를 내려다본다. 볼 수 있다. 
김연우 정신분석심리치료사
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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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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