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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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05.16 17:07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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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물량 공급을 억지로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돼 화제다. 또한 지난달부터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편집자 주>

 

 

 

갑을 간 소통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는 회사에서 절대 ‘을’인 계약직 직원 미스김이 슈퍼 ‘갑’처럼 회사생활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갑을관계’에서 을이 갑에게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며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을의 반란’이 실제로도 일어났다.
지난 3일 남양유업의 젊은 팀장이 아버지뻘의 하청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쏟는 녹음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되며 ‘갑을관계’에 얽힌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통화내용은 3년 전 것으로, 남양유업의 팀장이 하청 대리점주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더 많은 발주 물량을 요구한다. 이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남양유업의  ‘제품 밀어내기 횡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횡포에 견디지 못한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지난 달 초 서울중앙지검에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에서는 해당 팀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분노한 대중과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는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벌였고, 지난 9일 남양유업 대표 및 임직원은 대국민 사과까지 단행했지만 ‘남양유업’을 시작으로 다른 갑을관계 문제까지 비난 여론과 경찰의 수사망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으로 전정호(경영) 교수는 본사의 할당량 설정 시스템을 지적했다. 전 교수는 “대리점의 상황과 관계없이 본사의 일방적인 영업사원의 할당량 설정(MBO) 시스템이 문제”라며 “본사에서 대리점 상황을 고려해 영업목표를 지정할 수 있도록 쌍방향 의사보고체제, 즉 갑을간의 소통을 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갑을관계’ 악습에 대한 대책으로 이홍희(경영) 교수는 상생경영을 강조했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은 경제적인 이득 뿐 아니라 환경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라며 “하청 기업들을 쥐어짜면 당장의 이익은 늘릴 수 있지만, 공급사슬 상의 협력업체의 불만이 쌓이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력업체 서로가 중요한 파트너라는 인식으로 상생경영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이번 남양유업 사태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보육교사 처우와 검증 시스템 개선 시급
지난 4월 18일 SNS에 ‘만 1세인 조카가 부산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사건은 각종 매체에서 조명되며 결국, 해당 어린이집 교사는 아동 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러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달 7일에도 서울 관악구에서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어린이집 원장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10일에는 세종청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도 아동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건들의 원인으로는 먼저 ‘보육교사의 부족한 처우’가 제기됐다. 무상보육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국공립은 물론,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의 수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더불어 보육교사교육원에서 1년간 교육 및 실습을 받으면 바로 3급 보육교사의 자격을 가질 수 있어 그 수요와 공급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1년에도 수백 명의 보육교사가 양성되기 때문에 그들의 근로조건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보육교사들은 0~4세의 어린이집 원아들에게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보육교사 이 모(47)씨는 “점심시간이 없는 유일한 직업”이라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행복하지만, 120만원 남짓의 월급과 인정되지 않는 경력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원인은 ‘보육교사 검증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전정호(경영) 교수는 “보육교사의 처우가 열악한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만큼 자질이 부족한 사람도 교사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에서 자질 검증을 시스템화하고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봉사동아리 ‘아이사랑’에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박소현(국어국문·2)씨는 “보육교사의 기본 자질은 전문성이 아니라 사명감”이라며 “어린이집 원아는 청소년보다 예민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인성 판단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경제·정치 용어 사전>
밀어내기
대기업(갑)이 계약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자본 사장(을)에게 서서히 압박을 넣으며 결국 주문한 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배송해 곤란하게 하는 행태를 말한다. 이러한 행태를 견디지 못한 을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갑은 오히려 위약금 등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MBO: Management By Objective, 목표관리
관리자(갑)는 업무의 목표만을 지시하고 그 달성방법은 종업원(을)에게 맡기는 관리방법이다. 조직의 거대화에 따른 을의 무기력화를 방지하고 근로의욕을 향상시키는 이점이 있지만, 능력 이상의 목표는 밀어내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호연 기자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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