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된 북한산 둘레길, 그 후
재정비된 북한산 둘레길, 그 후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3.05.21 18:57
  • 호수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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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과 도봉산 71.8km 재정비 총 21개 구간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각 지자체에서도 둘레길을 만들며 북한산에도 둘레길이 생겼다. 2010년 서울시 구간과 우이령길을 포함한 45.7km의 둘레길이 개통되고, 이후 2011년 도봉산을 도는 26.1km 구간을 개통해 현재 71.8km로 북한산과 도봉산을 도는 북한산 둘레길이 완성됐다. 지난 17일 21개의 코스로 이뤄진 북한산 둘레길 중 16구간에서 19구간까지를 걸어봤다.  <편집자 주> 

지하철에서 내려 20분 자연의 숨소리 곁으로 

 북한산은 서울특별시 6개구와 경기도 3개시에 걸쳐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지하철 1, 3, 4호선을 타고 도봉산, 불광, 수유역 등에 내려서 걷거나 버스를 타면 금방 북한산이 나온다. 기자는 망월사역에서 내려서 16구간 보루길부터 둘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역에서 내리고 순간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을 뒤좇아 길을 걸으니 둘레길 안내표지판이 하나씩 보였다.

16구간 보루길 
 기자가 둘레길 탐방을 떠난 날은 석가탄신일(17일)로 평소보다 북한산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보루길 입구에도 ‘원심사’가 자리 잡고 있어 절을 찾는 사람들과 등산객들로 입구가 무척 혼잡했다. 그러나 막상 둘레길에는 사람이 적어 한적했다. 난이도 상 코스 중 하나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적은지 몰라도 길은 확실히 가팔랐다. 둘레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산을 타는 기분이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길에서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는 사람들도 보였다. 

 보루길을 빠져나오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소란스러웠다. 주차안내를 하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에게 길을 묻다 북한산 둘레길 안내책자를 받아볼 수 있었다. 본래 안내책자가 비치돼 있지 않지만 둘레길을 취재하러온 기자를 배려했다. 둘레길이 조성된 이유도 설명해줬다. 북한산도봉사무소 허영남 계장은 “북한산 등산 입장료를 폐지한 이후 탐방객이 급증하자 이리저리 샛길을 만들기도 하며 자연훼손이 심해졌다. 등산객들을 분산하고 방법을 다양화하기 위해 둘레길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둘레길은 일반도로가 아니라 곳곳에 CCTV를 설치할 수 없을뿐더러, 설치해도 나무에 가려 멀리까지 보이지 않는다”며 “위험지역은 플랜카드를 걸거나 주변 경찰서와 집중관리를 펼치고 있지만 야간등산을 하지 않는 등 조심해 달라”고 둘레길 탐방객들에게 주의를 전했다.

17구간 다락원길
 북한산도봉사무소에서 나와 보루길로 접어들어 다락원길로 향하는 동안 도로를 끼고 걸었다. ‘길을 잘못들은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로 나무보다 차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런 의심에도 둘레길 안내표지판은 계속됐으며 공사 현장을 지나서야 산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군부대가 내려다보일 정도로 가까이 있는데다, 군사지역임을 경고하는 ‘위험’ 표지판이 있어 살짝 무섭게 느껴졌다. 또한 더 깊은 산길에 들어서기 전까지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와 공사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생각했던 둘레길과 달라 길을 계속 걸으면서도 불안하던 차에 신효탁(76)씨의 말을 듣고 차도에 둘레길이 조성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씨는 “도봉산 주위에 토종 산개나리 자생지가 있는데 이 주변이 그 구간이다. 개나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둘레길을 만들다 보니 도로를 지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 다르게 느껴졌다. 신씨는 북한산 국립공원 청소위탁업체 직원으로 한 달에 20일, 아침 8시부터 5시까지 다락원부터 우이동에 이르는 구간을 청소하고 있다. “일반도로는 매연으로 공기가 탁하지만, 둘레길은 걸어 다니면서 운동도 되고 공기도 맑다”며 “둘레길에서 일하게 돼 좋다”고 웃어보였다. 다락원길은 원만한 평지가 계속 이어져 있어 편안히 걸을 수 있었다. 특별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구간마다 준비돼 있는 포토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다락원길의 포토존은 ‘돌무덤’이다.

18구간 도봉옛길
 도봉옛길로 들어서자 새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산둘레를 걷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을 타다 둘레길을 거쳐 내려가는지 지나온 길에서 만난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을 지나쳤다.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등산객도 있었다. 걷다보니 길 오른편에 도봉산의 봉우리들과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다락원 전망대’가 나왔다.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다 아래서 산을 올려다보니 새삼 산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도 맑아서 푸른 나무색이 가득한 전망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쉼없이 걷다 지쳐 의자에 앉으니 신당동에서 둘레길을 찾아왔다는 70세 노인이 말을 걸어왔다. 노인은 “전에는 북한산을 타러 왔었는데 어느 날 와보니 새로운 길이 생겼다. 둘레길이 생긴 이후로는 둘레길을 다닌다”며 “나이도 먹어 가는데 이런 길이 생겨서 좋다”고 호평했다.

 다시 둘레길을 걸어가니 내려가는 길이 나오나 싶더니만 쉼터와 화장실이 보였다. 도봉탐방지원센터와 도봉분소, 광륜사, 능원사 등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무장애 탐방로’로 가는 길도 있었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배려해 나무판으로 만들어졌고, 경사도 완만했다.

19구간 방학동길
 도봉옛길 끝자락에서 산길을 빠져나오나 싶더니 방학동길부터 다시 산길로 들어갔다. 골을 따라 길이 나있어 나무가 기자의 키보다 높은 곳에서부터 뿌리내려 있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아 산이 더욱 울창하게 느껴졌다. 산을 타는 것보다 둘레길이 평탄해서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온 등산객도 많았다. 아들 둘과 함께 둘레길 전부를 순회하고 싶다는 방씨를 쌍둥이 전망대에서 만났다. 방씨는 “아침부터 15구간에서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20구간까지 걸어볼 생각”이라며 “아이들이 뒤처지긴 하지만 잘 따라와준다”고 말했다. 전망대에서 북한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던 방씨는 날이 어두워진다며 걱정하더니 서둘러 아이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쌍둥이 전망대에서 다시 한 번 도봉산의 경치와 서울 시내를 둘러볼 수 있었는데, 멀리 남산타워도 보였다. 쌍둥이 전망대를 지나 ‘바가지 약수터’에 이르니 방씨 말대로 날이 어둑어둑해져 둘레길 탐방을 마쳤다.

 서울·경기권에서 ‘둘레길’은 북한산 둘레길이 유일하다. 도심 가까이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면 북한산 둘레길을 찾아 보는 건 어떨까.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김윤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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