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대학 국문과 존폐 논란 속 우리 대학은?
■ 각 대학 국문과 존폐 논란 속 우리 대학은?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05.22 12:08
  • 호수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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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얼이 공중분해? 국문과의 생명과 정통성 모두 위협
대학에 우리의 ‘얼’이 사라지고 있다. 국어국문학과(이하 국문과), 한국어문학과 등 국어 교과의 여러 학과가 하나로 통합되고, 국문과 강의가 일부 영어로 진행되는 등 한글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 달 26일 배재대학교가 대학 경쟁력 강화, 즉 취업률을 이유로 국문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배재대는 국어학자 주시경, 시인 김소월 등 국문학의 대가들을 배출한 대학이기 때문에 이러한 통·폐합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국문과 폐지’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관동대는 ‘미디어문학부’로, 위덕대는 ‘문화콘텐츠학부’, 건양대는 ‘문학영상학과’, 세명대는 ‘미디어문학과’로, 호서대는 ‘한국어문화학부’로 개편한 바 있다. 국문과는 앞다퉈 문예창작과를 창설했던 1990년대에 이은 두 번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대학 국문과 임정환(국어국문·4) 학회장은 “외국어는 지원하면서 자국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외국에서 한국어는 훌륭한 언어로 찬사 받는 한편, 100년 이내에 사라질 수 있는 언어라는 우려도 함께 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에서 국어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도 재작년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천안캠퍼스 한국어문학과를 죽전캠퍼스 국문과로 통합했다. 국어교과는 통합하며 영어교과는 영어과(천안), 영미인문학과(죽전)로 분리했다. 죽전캠퍼스에서 인문학(CT)을 중점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원캠퍼스화’ 계획 때문이다. 전략사업팀 이승욱 차장은 “중복투자를 줄이고 재정적 건전성을 확보하며 더 큰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같은 계열에 속하는 국문과와 한국어문학과를 통합했다”며 “철학과의 신설은 국문과 통합이 취업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영어교과 분리에 대해서는 “영미인문학은 문학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지역인문학(CT)에 속한다”며 “분리가 아닌 신설로, 국문과와 비교대상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또한 “우리 대학 국문과는 동양학 연구원에서 충분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최근 추세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천안캠퍼스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은 지난 2011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주제로 학술제를 열며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한편 국문과 폐지 논란 못지않게 ‘국문과 정체성’ 논란 역시 일고 있다. 우리 대학 국문과는 작년까지 언어학에 관한 1학년 학과기초 과목을 영어로 수업을 진행했다. 언어학 강의에는 『The Study of Language』, 한국어학 강의에는 『Korean Grammar for International Learners』등의 교재를 사용했다. 이에 대한 수강생들의 의견은 대조적이다. 작년에 같은 수업을 수강한 박은서(국어국문·2)씨는 “언어학은 서양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영어로 배워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최한림(국어국문·2)씨는 “국문과 특성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타국어를 통해 우리말을 배우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과대학 모 교수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국문과 교과목이 언어학”이라며 “언어학에 관한 리딩 수업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이건식(국어국문) 교수도 국어국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건식 교수는 국문과를 폐지하는 추세에 대해 “전문대학이 종합대학의 흉내를 내다가 다시 전문대학의 길을 택한 것”이라며 “취업률의 책임을 인문학에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으로, 기본학문에 충실하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형 및 응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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