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감독 안슬기(영화콘텐츠 대학원 석사·1학기)
■ 영화감독 안슬기(영화콘텐츠 대학원 석사·1학기)
  • 이영은 기자
  • 승인 2013.05.24 13:32
  • 호수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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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수학도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 영화감독 안슬기(영화콘텐츠 대학원 석사·1학기)

영화도 수학도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안슬기 감독은 수학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수학도 스토리텔링으로 가르치는 그. “이병! 정신 차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안슬기 감독이 수학교사 시절 “근의 공식 외워봐!”라 외치며 연기로 수학을 가르쳤던 수업시간의 한 모습이다. 지난 19일 안슬기(43)영화감독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어떻게 해서 영화를 찍게 됐나?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대학에 진학할 때만 하더라도 연극영화과는 연기자들이 가는 과였고, 영화를 할 환경이 되지 못했다. 들어간 학과에 맞춰 수학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웃음) 친구들도 왜 대학까지 가서 수학을 배우냐 했지만, 공부하다보니 재밌어졌다. 그렇게 교사 일을 하면서 직장인들이 거의 유일하게 영화를 배울 수 있는 한겨레 영화제작학교에 다니게 됐다. 공모전에도 많이 냈지만 다 떨어지고, 그렇게 혼자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다 2005년에 장편지원을 받아 <다섯은 너무 많아>를 찍게 됐고, 영화를 시작했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들도 그만하라고 하시고, 가족들도 돈이 되지 않으니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영화로 상 탄 것도 옛날 일이고 중간에 일이 잘 안된 것도 있어 더 반대에 부딪히는 것 같다. 그래서 대학원이 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니, 계기가 돼야만 하는 타이밍인 것 같다.(웃음)

 

▲주로 어디에서 모티브를 얻나?
영화는 어떤 것 하나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소품일 수도, 장면일 수도, 기사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남들보다는 관찰, 취재, 반대쪽 내지는 다른 쪽에서 보기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영화는 보편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기만의 관점이나 시선으로 만들지 않나. 이렇게 여러 측면에서 보는 것과 디테일하게 보는 것을 통해서 본질을 보는 데 더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또 보는 사람들이 영화의 시선을 신선하게 느끼고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해야 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연출이 있다면?
작품마다 연출하고 싶은 방법이 달라질 것 같다. <지구에서 사는 법>때는 ‘일상적이지 않은 것을 일상적이게 만드는’ 생각이 재밌을 것 같았다. 보통 일상적인 것을 판타지화해서 영화를 만들지 않나. 홍상수 감독에 외계인이 나오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사람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고민한다. 독립영화다 보니 인물에 더 집중해야 하려한다. 전에는 사건중심으로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주인공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을 때 무슨 고민을 통해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차기작은?
아마도 대학원 졸업 작품이 차기작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아직 졸업 작품의 아이템이 결정 나지 않았다. 내 것일 수도, 남의 것일 수도 있어 아직 차기작이 뭐가 될지 모르겠다. 차기작의 내용은 두 가지의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아이들의 로드무비고, 하나는 흔히 말하는 쎈 영화로 20살짜리의 아이가 엄마한테 복수를 하는 아이템이다. 둘 중에 하나를 골라 발표해야 하는데 주변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나는 너무 쎄고, 하나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것이라 무엇을 내야할지 고민 중이다.

 

▲흥행에는 욕심 없나?
당연히 흥행됐으면 좋겠다. 못난 자식이나 예쁜 자식이나 다 내 자식인데 관객들에게 다 예쁨 받았으면 좋겠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내 자식들의 평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영화를 만들 때에는 내가 보고 싶은 걸 만든다. 그런데 이걸 다 만들고 나면 이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된다. 내가 만드는 대상이었는데 완성하고 나면 나와 동격이 되는 것이다. 내 자신으로 보여 질 내 자식들이 없어 보이지 않고 욕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학동안 영화를 찍기엔 짧은 시간이 아니었나?
독립영화기에 돈 문제도 좀 걸리고, 방학 때만 촬영하다보니 일정도 걸리고…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편집은 천천히 해도 되지만 촬영은 늘어지면 안 되고, 방학이 넘어가면 주말이나 저녁에만 찍을 수 있으니 촬영을 몰아서 했다. 오히려 스텝이나 배우들은 마감 있는 감독을 좋아했다. 촬영하다보면 일정이 늘어지는데, 끝날 수밖에 없으니깐. 짧은 기간에 집중력 있게 찍는 것은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이제는 휴직상태라 약간은 여유롭게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수학교사직을 휴직했다던데, 감독으로 전업할 생각인가?
지금은 휴직상태에 있지만, 수학교사라는 직업을 접기에는 힘든 현실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함부로 버릴 수 있는 직업이 아니지 않은가. 영화가 워낙 힘들고 척박한 상황이기에 더욱 놓아버릴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교사란 직업이 영화하는 데 도움도 되지만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것도 같다.(용기가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대학원에 다니며 영화공부 전념할 생각이다.

 

▲수학교사라는 이력으로 주목받는다. 섭섭하지 않나?
그러게 말이다. 작품으로 주목받아야 하는데… 하하. 언론에서 특이한 이력에 초점을 맞춰서 부각시키기도 해 불편하기도 하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내용의 일부분을 가지고 ‘교사인데 내용은 이래?’, ‘이런 내용인데 교사가 만들었나?’라며 강조한다. <다섯은 너무 많아> 때는 학교를 안다니고 동거하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기자들이 ‘가르치는 학생 중에 그런 학생이 있었느냐, 교사로서 그런 아이 보면 어떻나?’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 배우나 스텝에게 초점이 안 가는 게 미안하다. 원래 영화를 찍으면 그 스포트라이트가 배우들에게 가야하는데, 계속 감독한테만 이목이 집중되니깐 배우들이 소외되는 것 같다. 수익이 나면 나눠 갖는 독립영화라 챙겨주지도 못하는데….

 

▲수학과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글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굳이 말하자면 논리적인 설득력이 필요한 게 공통점인 것 같다. 영화도 논리적 설득력이 필요하다. 시나리오를 쓸 때라던가, 연출의도를 이야기할 때라거나 할 때 말이다. 궁극적으로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구도적인 원인과 결과가 필요한 것 같다. 수학은 그런 알고리즘의 학문이지 않은가. 뭐가 어떻게 돼서 어떻게 해서 그래서 X는 뭐다. 영화도 그런 게 필요하다 느낀다. 한편 수학을 가르칠 때도 영화적인 요소가 도움이 된다. 가끔 스토리텔링을 통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남학생들에게 전쟁터에 나가서 총을 맞으면 옆에 있는 상관이 “이병 누구누구 정신 차려! 근의 공식 외워봐!”라고 한다고 이야기하며 공식을 외우게 한다. 이런 식으로 수학에 상황을 줘서 연기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근의 공식이란 게 그만큼 중요한 거구나라고 인식한다. 가끔 순진한 애들은 정말인지 물어보기도 한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여러 가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 중 하나다. 영화 장르도 호러, 코미디, 블랙코미디 모두 해보고 싶다. 처음에는 배우는 입장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 영화를 하고 싶은 데, 환경이 쉽지 않기에 다른 쪽의 출구를 찾으려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모바일 시대에 맞는 짧은 소설이나, 영화로 하고 싶었던 것을 소설로 먼저 쓰는 형태의 글을 써보려 한다. 지금은 대학원에 집중하고, 남는 시간에 그런 것들에 도전하려 한다.
 이영은 기자 lye0103@dankook.ac.kr

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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