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④ 자기합리화
세상만사 ④ 자기합리화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3.06.08 03:11
  • 호수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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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표명 전 ‘바넘 효과’를

 

▲출처 - Naver웹툰<닥터 프로스트>

 필자는 자기합리화의 귀재다. 특히 자기합리화의 정점을 찍을 때는 콘서트 장에서다. 정확히 눈이 마주친 건지 알 수 없지만 좋아하는 가수의 미소, 눈짓이 모두 필자를 향한 것이라 합리화 시킨다.

 최근 필자뿐만 아니라 인간은 모두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건이 있었다. 인간의 심리를 다룬 웹툰 <닥터 프로스트>에 있는 성격 테스트를 했는데,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결과의 일부) 겉으로 보기엔 스스로 잘 통제하는 것 같지만 사실 늘 그런 것은 아니다./때때로 당신은 옳은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곤 한다./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때때로 당신은 외향적이고 붙임성 있으며 사교적이지만 때로는 내향적이고 사람을 경계하며 위축되기도 한다.

 테스트 결과에 놀랐다. 몇 가지 내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필자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심리테스트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를 보여줬다. 이는 애매하고 일반적인 상황을 자신의 입장에 맞춰서 해석하는 ‘바넘 효과’를 보여주는 심리테스트였다. 많은 사람들은 ‘바넘 효과’를 겪고 있다. 물론 개인의 자기합리화는 자신의 책임이지만 ‘바넘효과’가 국가차원에서 일어날 경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14일 우리 정부가 대화의 제스처를 취한 것에 대해 북한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대화는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의 반응을 대화 제의 거부라고 보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몇 시간 뒤 청와대에서는 “북한의 대화 제의 거부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해석이 달랐던 이유는 서로 소통도 없었을 뿐더러 각자의 상황에서 북한의 메시지를 합리화시켰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북한 입장이 “거부다”, “아니다”를 명확히 표현하기에는 언론과 대중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개성공단 운영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명확한 입장 표정은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청와대 측은 북한에 정부의 명확한 입장 혹은 강경함을 보여줬던 지금까지의 모습의 연장선이었다. 양측 모두 애매한 메시지를 자신의 입장에 맞춰 생각한 것이다. ‘바넘 효과’가 흔한 일이긴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일에 적용되는 것은 의식적으로 지양해야 한다. 만약 정부 관계자가 입장 표명 전, <닥터 프로스트>를 봤다면 혼선을 빚는 건 막지 않았을까.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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