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갑을관계’ 上. 대학생 인턴
대학가의 ‘갑을관계’ 上. 대학생 인턴
  • 조수진·최형균 기자
  • 승인 2013.06.08 03:45
  • 호수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乙’권하는 사회

대학가의 ‘갑을관계’ 上. 대학생 인턴

‘乙’권하는 사회
‘乙’될 수 밖에 없는 대학생들


# A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휴학생 이(경상·4)씨는 타 정규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정으로 생활하고 있다. 출근시간 30분 전에 출근해 청소 등 준비를 미리 한 이후 퇴근시간까지 잡일에 물건을 사오라는 개인 부탁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혹여 정규직 전환 혹은 지원 시 밉보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퇴근시간이 지나도 다른 사람들이 퇴근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이런 그가 받는 월급은 100여만 원. 물론 야근수당은 없다.

# 공기업을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 전(법학·4)씨.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공기업 인턴을 준비하고 있다. 인턴 준비 기간은 평균 1~2주, 하루 3시간이며 기본적으로 평소 인적성과 면접 스터디를 하고 있다. 모 공기업 인턴 1차 서류전형에 붙은 후, 면접을 보기 위해 든 비용은 미용실비만 5만 원. 더 저렴한 곳을 찾고 싶어도 5만 원 이하인 곳은 드물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을관계는 대학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학생들의 스펙 중 인턴은 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인턴이 돼서도 항상 ‘을(乙)’의 입장이다. 그러나 실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고 일부 인턴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해 학생들의 관심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이씨의 경우처럼 인턴생활은 갑(甲)의 눈치를 보기 일쑤며 처우도 월급도 일한만큼 받지 못한다. 모 문화예술회관에서 일한다는 조은진(영어영문·4)씨는 “공연 당 2만 5천원, 월급으로 치면 80~90만 원정도 받는다. 일이 정말 바쁘지만 100만원을 넘게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지금 일하는 곳의 인턴기간은 11개월인데 그 이유는 1년 동안 일하면 퇴직금을 줘야하기 때문”이라며 인턴의 생활상을 전했다. 
 
 이렇게 처우가 좋지 않음에도 학생들은 ‘을’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돈을 투자한다. 전씨의 말처럼 여자의 경우 인턴 면접을 위해 드는 미용실 비용은 최소 5만 원에서 10만 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스펙으로 인턴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인턴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실무경험’을 들었다. 인턴 준비생 전병용(법학·2)씨는 “회사에서 연관성 있는 대외활동을 중시한다는 말을 듣고 인턴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간과 금전적 부담은 있지만 경험은 필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을 큰 메리트로 꼽았다. 가은영(행정·3)씨는 “일부 기업은 정규직 전환이 되기도 한다”며 “정규직 전환이 안 되더라도 인턴 경험이 나중에 지원할 때 플러스알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의 입장은 어떨까. 익명을 전제로 모 증권회사 인사팀 김 차장은 기업에서 인턴을 뽑는 이유로 지원자를 깊이 파악하기 위함을 들었다. 김 차장은 “기업에서 지원자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인턴 제도를 활용 한다”며 “구직시즌에 맞춰 무작정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기업, 학생 모두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또한 인턴 경력에 대해 김 차장은 “직무와 관련 있는 인턴경력이라면 자사 외로 타사도 경력으로 인정해준다”며 “그러나 직무관련성이 없는 인턴경력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원하는 직무에서 많은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조수진·최형균 기자 dkdds@dankook.ac.kr

조수진·최형균 기자
조수진·최형균 기자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