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⑥ 소통부재
세상만사 ⑥ 소통부재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3.06.08 03:50
  • 호수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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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만의 문제일까

▲출처-NAVER 웹툰 <새벽 9시>.


 최근 ‘밀양 송전탑’에 대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싸고 한국전력과 주민들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보도만 본다면 최근 시작된 논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 갈등은 8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05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정부와 한국전력은 보상안은 이미 제시할 만큼 했고 전력난과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모델로 제시한 신고리 3호기를 제 때 가동하기 위해서 공사를 재개한 후, 차차 설득해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들은 송전선로를 땅 밑으로 묻는 지중화를 요구하며 송전탑의 위해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든다. 8년간 끝나지 않는 이 논쟁이 정말 송전탑만의 문제일까. 이와 비슷한 상황의 웹툰인 서재일 작가의 <새벽 9시>를 잠시 살펴보자. 이 웹툰은 송전탑이 세워진 후 마을에 닥친 재난과 그 이후 미생물체와의 대면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주목할 점은 송전탑 이후 재난이 닥쳤다는 것이 아닌 송전탑이 세워지는 과정과 세워진 직후 정부의 태도다. 마을 주민 중 송전탑 건설 동의서를 쓴 사람은 없었다. 이익에 눈이 먼 의사 하나가 동의서를 조작해 넘긴 것이다. 송전탑이 세워진 후 마을 사람들에게 붉은 반점이 나기 시작하면서 한명씩 죽기 시작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거센 항의를 했지만 동의서를 이미 받았다는 이유로 묵살 당했고 언론은 물론 정부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만약 이 때, 졸속 동의서가 없었다면? 혹은  정부에서 적어도 상황 조사라도 해줬다면?

 항상 펼치는 주장이지만 막장 드라마도, 말도 안 되는 신데렐라 얘기도 세상 어디엔가는 존재하거나 존재할 예정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얘기라고 본다. 현재 정부에서는 송전탑의 위해성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제대로 된 동의 없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WHO에서는 과학적인 위해성 근거는 없으나 송전 전자파를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새벽 9시>처럼 외계 생물체의 습격은 아닐지라도 주민들의 건강상 위협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결국 이는 송전탑의 문제라고 규정짓기 보다는 소통의 문제가 크다. 서로 합의점을 찾지도 못한 상태에서 공사가 재개된 후,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결국 소통 없이 시행된 4대강 사업도 관련된 건설업체들이 압수수색 당하고, 이 후 담합이 밝혀졌지만 이미 돌이킬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송전탑 문제해결 과정에서 ‘불통’의 여지를 남기진 말자.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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