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커닝은 ‘학점 도둑’이다
주간기자석 - 커닝은 ‘학점 도둑’이다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3.07.11 16:14
  • 호수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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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에는 꼭 지켜보자
 성적공시 기간에 1학기 학점을 확인한 이후 맥이 빠졌다. SNS에선 ‘이번에 아깝게 A’를 받았다며 배 아픈 성적인증이 한창일 때, 나는 인증은커녕 ‘신문사 활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적엔 체념하지만 부정행위로 원하는 성적을 얻어 간 사람들에겐 화가 난다. 그들은 밥도둑보다 밉다는 학점도둑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시험 중 부정행위는 교수님이나 조교들 눈에는 안 보여도 학생들 사이에선 다 보인다. 교수님 등 뒤에서 비밀스런 작업들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눈치를 보다 휴대폰을 꺼내고 누군가는 책상에 써 놓은 메모를 확인해 본다. 의자 아래 시험범위를 펼쳐놓은 책을 힐끔거리는 사람을 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부정행위자는 시험 감독이  허술하고 꼼꼼하지 못한 점을 이용한다. 교수님이 움직이면서 시험 감독을 보면 부정행위의 기회는 늘어나고 벽이나 책상의 메모는 낙서로 오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불만이 전해졌는지 학사제도와 더불어 시험 관리·감독 부문이 개선됐고 앞으로도 부족한 사항은 추가될 예정이다. 학사팀에서 이런저런 점들이 개선됐다는 좋은 이야기를 잔뜩 듣고 나와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학생들은 개선된 것을 잘 못 느끼겠다며 ‘그래도 하는 XX는 다한다’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또 교수님들께 시험 부정행위에 대해 여쭤보던 중 본인은 시험 감독은 조교에게 일임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조교가 시험 감독을 느슨하게 한 것은 아니라 부정행위를 적발한 적이 종종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도 실망스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전부터 해당 교수가 시험을 감독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조교가 감독을 맡게 되면 조교와 친분이 있던 학생을 살짝 눈감아 주는 일이 있을 수 있어, 올해부터 타과 조교가 부감독으로 들어가도록 바뀌었다. 이런 기본사항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100명, 200명의 학생들이 3반, 5반으로 나뉘어 시험 볼 시험장이 부족하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웹툰 중에서 부정행위를 통해 500점 만점의 수능점수를 받으려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부정행위에 대해 확고한 신념으로 가득 찬 그의 논리를 듣고 있자면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스르륵 밀려온다. 그만큼 부정행위의 유혹은 시험을 치루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하다. 이런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은 결국 학점도둑이 되고 만다. 2학기에도 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변경된 시험 관리사항이 잘 지켜져 학생들의 소중한 학점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김윤숙 기자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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