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그렇게 좋단 말인가?
돈이 그렇게 좋단 말인가?
  •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 승인 2013.08.1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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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그렇게 좋단 말인가?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전두환 전(前) 대통령에 대한 미납 추징금(追徵金) 환수문제로 세상을 시끌시끌하게 하더니, 이제는 국세청 비리(非理)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검찰이, ‘CJ그룹(회장 : 이재헌)이 2006년 하반기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국세청에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는 기사가 연일 세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관행이 문제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방검창청이 지난 7월 27일 허병익(59세) 전(前) 국세청 차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면서 밝혀졌다.

   허 전 차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신동기(57세, 구속기소) CJ그룹 부사장에게서 받은 30만 달러(약 3억3,000만원)를 상관이던 전군표 전(前) 국세청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중앙일보 2013. 7. 29)고 털어놓았다. 또, “CJ 측으로부터 받은 고가의 시계 2개는 전 청장과 1개씩 나눠 가졌다”고도 진술했다(동아일보 2013. 7. 29).

   돈과 시계가 건네졌다는 2006년 하반기는 국세청이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던 때라고 한다.

 

   검찰은 지난 3일 전군표(59세) 전 국세청장을 CJ그룹으로부터 현찰 30만 달러와 2,000만원 상당의 외제 고급시계를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조선일보 2013. 8. 5, 「사설」).

   전 청장은 당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통해 뇌물을 받은 뒤 2006년 8월 CJ그룹에 대한 주식이동 과정을 조사해 3,560억 원의 세금 탈루 정황을 포착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문화일보 2013. 7. 29). 주식이동 조사는 주식의 소유권이 누구로부터 누구에게로 이동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주식을 통한 변칙 상속이나 증여, 불법 재산증식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국세청의 업무의 하나이다. 그런데, 주식이동을 통해 세금 탈루의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니, ‘돈’의 위력이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이렇게 썩은 국세청을 누가 믿겠는가. 더욱이 어이가 없는 것은, 2000년대의 역대 국세청장들은 대부분 줄줄이 법망에 걸려들었다. 13대 손영래 청장은 썬앤문그룹의 추징 세액을 깎아주도록 지시한 혐의로, 15대 이주성 청장은 프라임그룹으로부터 19억원짜리 아파트를 뇌물로 받았다(조선일보 2013. 8. 2, 「사설」). 또, 17대 한상률 청장은 차장 시절 전군표 청장의 부인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500만원 상당의 그림 ‘학동마을’을 선물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조선일보 2013. 7. 31).

   다산(茶山) 선생이 살아계신다면 국세청장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무엇이라 말씀하실까? ‘청렴’(淸廉)을 수령(守令)의 본무(本務)라 하지 않았던가. “수령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가락질하며 도적이라 하고, 고을을 지나게 되면 추하다고 욕하는 소리가 들끓을 것이니, 이 또한 수치스러운 것이다.”

 

문득, 중국의 속담이 떠오른다. “돈이면 귀신에게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돈, 돈 하는구나!’를 뇌내어본다.

 

   30만 달러가 ‘국세청장 취임 祝賀金’이라니?

 

   우리 속담에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전 전(前) 청장은 2006년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미화 1만 달러와 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8년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한 바 있다(중앙일보 2013. 8. 1). 그런데, 5년만에 또 다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었으니, 돈 좋아하는 자기의 버릇을 못 고친 셈이다.

 

   또 놀라운 것은, CJ그룹은 세무조사가 있을 때 금품을 살포하는 ‘티 나는’ 방법이 아니라, 평소 식사 ‧ 술 ‧ 골프 접대 등으로 장기적인 관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동아일보 2013. 8. 1). 골프 접대는 200~400만원 상당의 ‘내기 골프’를 치면서 져주는 방식으로 금품 로비를 벌였다고 하니(일요신문 2013. 8. 11, 5면), 기발한 방법이 동원된 셈이다. 당연히 학연 ‧ 지연 ‧ 혈연 등도 로비의 통로였을 터이다.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지난 1일 돌연 사표를 제출했는데, 이 또한 CJ그룹으로부터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받은 뒤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조선일보 2013. 8. 2).

 

   그리고, 참으로 놀라운 것은 CJ그룹이 전군표 전(前) 청장에게 준 30만 달러가 ‘국세청장 취임 축하금’ 명목이었다고 한다(조선일보 2013. 8. 2). 나라로부터 녹봉(祿俸)을 받으면서 공무(公務)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기업으로부터 취임 축하금이라니, 또 그 액수가 30만 달러(3억3,000만원)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에 ‘김영란법’이 왜 절실한지를 알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아, 돈이여!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슬픈 일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Tolstoi, L. N. : 1828~1910)가 남긴 명언을 국세청 고위간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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