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알폰스 무하 : 아르누보와 유토피아 전 - 포스터, 삽화, 달력… 대중에게 사랑받는 순수예술이 되다
<작품> 알폰스 무하 : 아르누보와 유토피아 전 - 포스터, 삽화, 달력… 대중에게 사랑받는 순수예술이 되다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3.09.10 11:57
  • 호수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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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작품의 표현기법을 살피지 않고 맘 편히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알폰스 무하 : 아르누보와 유토피아 전’을 추천한다. 사실 기자도 눈에 띄는 포스터 속의 예쁜 그림을 보고 혹해 이번 전시를 다녀오게 되었다. 전시의 이름인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1890~1910년 사이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양식이다. 무하가 만들어 낸 장식적인 문양, 풍요로운 색감, 독특한 글씨체, 젊고 매혹적인 여성 등이 아르누보 양식의 특징이 되었다.

 무하는 “아름다운 작품은 삶의 질을 높인다”고 주장하며 예술을 일상생활 속으로 끌어들였다. 연극포스터, 달력, 엽서, 장식품 등 상업적인 용도로 만들어낸 작품들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을 뿐 아니라 상업미술에 대한 인식을 뒤바꾸게 했다.

 당시 상업미술은 아류로 치부되며 무시 받았으나 무하의 작품은 상업미술을 순수미술의 위치로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실제로 무하가 디자인한 가구나 포스터는 너무 아름다워 잠깐 지나쳐도 오래 기억에 남아 충동구매를 유발할 것 같았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당시엔 ‘이왕이면 알폰스 무하’란 말이 있지 않았을까.

 무하가 디자인한 향수, 과자, 맥주 포스터와 포장지들을 보고 있자니 지금의 과자 빈츠와 음료 덴마크 라떼 시리즈, 담배 디스플러스가 떠올랐다. 무하의 작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빈츠의 경우 상품에, 덴마크 라떼 시리즈와 디스플러스는 겉포장지에 감각적인 이미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덴마크 라떼 시리즈의 경우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표지에 담았지만.

 무하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지스몽다> 포스터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작품들이 계속해서 전시돼 있었는데 <슬라브 서사시>는 기존의 그림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 그림을 설명하기 전 무하에 대해 알아보지 않을 수 없는데, 무하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통치를 받던 슬라브 지역에서 태어난 억압받던 슬라브 민족의 일원이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큰 성공을 이뤘음에도 조국으로 돌아온 뒤 슬라브 민족의 통합을 위해 애썼다. 독립을 이뤄낸 체코슬로바키아의 지폐, 우표 등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슬라브 서사시>는 자신의 민족과 조국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그림으로 경건하고 엄숙하며 신성한 느낌을 자아냈다. “예술가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조국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나라를 아끼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무하의 그림에 홀딱 반해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무하의 작품으로 제작된 기념상품을 지나치기 어려웠다. 전시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오는 22일까지.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김윤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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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yingnab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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