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캠퍼스 2013 하계 오지 봉사

비금도에서 7박 8일간 벽화 그리기 활동 김윤숙 기자l승인2013.09.10l135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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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를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나 오지봉사 떠나”라고 말하면 모두들 물도 나오지 않아 제대로 씻기 어려운 해외 어딘가로 떠난다고 오해했다.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도착한 곳은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도. 슈퍼는 차를 타고 10분 거리, 와이파이는 커녕 4G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곳. 무더운 여름날 몇 날 며칠 동안 애써서 완성한 우리의 작품들이 무척이나 그립다. <편집자주>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16일 저녁, 학교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7월 17일부터 7박 8일간 하계오지봉사를 떠나지만 집합지인 학생회관에 오전 5시 반까지 도착해야 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기자는 결국 전날 학교 주변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옷가지들을 채운 커다란 가방을 매고 모자를 눌러쓴 채 학교 주변 사우나로 향하니 가출 청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 새벽 5시경에 밖을 나서는데 어느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어둑어둑한데다 아무도 없는 거리가 어찌나 무섭던지 불안감에 ‘나 봉사 떠나는 거 잘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학교에 도착하고 하나둘 학생들이 모두 모이자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설렘도 없이 너무 피곤해 버스에 오르고 바로 잠이 들고 말았다. 잠이 든 사이 어느새 목포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있었다. 목표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몇 시간. 드디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낼 비금도에 도착했다.

 비금도에 도착하고 봉사단의 숙소인 이세돌 바둑기념관으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자 앞으로 일주일동안 입을 일바지와 팔토시, 햇볕을 가려줄 커다란 밀짚모자를 지급받았다. 옷을 갈아입고 나니 모두들 일꾼 모양새가 났다. 봉사단은 5개의 팀으로 나뉘어 봉사를 떠나는데, 4팀에 속한 기자는 팀원들과 함께 수도리로 떠났다. 숙소에서 일터까지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데 트럭을 타는 것은 처음이라 냉큼 뒷좌석에 올랐다. 기대만큼 승차감은 좋지 않았다. 뜨거운 햇볕을 피할 길이 없는데다 트럭이 덜컹거릴 때마다 엉덩이가 아파왔다. 차가 출발하면 세차게 바람이 불어 뒷좌석에서 처음 만난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벽화를 그릴 곳에 도착하니 트럭은 쌩하니 떠나버려 도로 한복판에 버려진 기분이었다. 삼거리에 집이 세 채가 있었는데 한 채는 폐가였다. 주변은 온통 풀밭과 밭이었다. 게다가 마중 나온 사람 하나 없어 어리둥절했다. 10명의 팀원들은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작업에 들어가려는데 어느 벽에 벽화를 그려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기자가 맡은 벽은 어선에 한 남자가 상어와 싸우는 그림이었다. 섬이라 그런지 바다와 관련된 그림이 많았다. 바다에서 분홍 돌고래가 뛰노는 그림과 바다에 커다란 배와 게, 새우, 문어가 함께하는 그림이 우리 팀에 할당된 그림이었다. 우선 회색빛의 벽에 흰 색으로 바탕색을 칠하기로 했다. 주위에 페인트가 튀지 않도록 비닐을 붙이고 흰 페인트를 물에 개워 붓과 롤러로 벽을 칠했다.

 둘째날(18일)에 일어나서 체조와 아침식사를 마치고 팀별로 가위바위보를 했다. 각 팀에서 두세 명씩 뽑아 해양 쓰레기를 주우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택된 스무 명 남짓의 학생들을 태운 트럭은 첫구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안가가 안으로 둥글게 들어오는 독특한 모양이었는데 바다가 탁 트여서 속이 뚫리는 느낌이었다. 해안가로 밀려들어온 쓰레기는 대부분 중국에서 건너 온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중국어가 적힌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처음엔 편하게만 느껴졌던 쓰레기 줍기가 해변의 4분의 1을 지나면서 힘들어졌다. 길지 않은 해변에 그렇게 많은 쓰레기가 숨어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스티로폼 부스러기가 제일 많았고 유리병, TV, 부표… 종류도 다양했다. 흙 속에 박혀 쉽게 빠지지 않는 쓰레기가 있어 애를 먹는데 햇볕은 숨을 곳 없어 뜨겁게 내리쬈다. 일 하는 중간에 면장님이 우유와 빵을 들고 찾아와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비금도는 도심보다 공기가 10배는 더 맑아 이곳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좋다”는 면장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공기 중의 풀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 팀은 다른 팀들보다 일찍 떠나 일을 시작하겠다는 열정을 보였지만 햇볕이 너무 뜨거워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담벼락 주인 할머니 댁으로 피신했다. 그늘에서 쉬고 있으니 다시 밖으로 나서기가 싫었다. 주변에 사시는 할머니가 오셔서 “물감 남으면 우리 집도 예쁘게 칠해줬으면 좋겠는데”하며 아쉬워 하셨다. 막상 주인 할머니는 밑색밖에 칠하지 않았지만 “맞은편 집 색이 더 예쁜데. 저렇게 밝은 색으로 칠해줘”라며 부탁을 하셨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할머니들의 요구사항에 웃음이 났다. 수박밭을 한다는 주인 할머니는 쉬는 시간마다 수박을 내주셨다.

 셋째날(19일)에 기자는 또다시 조원들과 이별했다. 조에서 한명씩 차출해 벽화를 그리기 전 벽을 긁어내는 작업에 당첨된 것이다. 다행히 어려울 것 없었고 벽이 크고 넓어 그늘도 크게 지어서 쉬어가며 작업을 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4조가 작업하고 있는 수도리에 멈췄다. 반나절 못 본 것일 뿐이데 어찌나 반갑던지. 벽화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벽화에 기자의 이름도 함께 새겨져 있었는데 벽화 작업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쉽고 미안했다. 

 오후엔 조원들이 오전에 벽을 갈았던 면사무소와 도고리, 외천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기자는 도고리로 떠났는데 길가에 덜렁 내던져졌던 수도리와 달리 도고리에서는 다른 조들을 볼 수 있었다. 도고리에서 맡은 그림은 소녀가 비눗방울을 불고 있는 그림이었다. 다른조에서 그리는 알록달록한 캐릭터들과 아기자기한 그림체가 눈에 띄었다. 저녁에 모인 우리 조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바다를 보고 신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모두 뛰어 들었다. 비금도의 풍력발전기 세대가 우뚝 서있는데 해질녘의 바다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정말 그림이었다.

 넷째날(20일)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각자 맡은 벽을 향해 떠났다. 오전 중 다른 팀원들은 작업이 끝나 작업 속도가 더뎠던 도고리로 달려 와줬다. 모두 모여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즐겁게 두 번째 작업을 끝냈다. 점심을 먹고 다함께 우리 팀의 하이라이트 작업인 면사무소로 향했다. 면사무소는 기계를 타고 올라가서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벽이 컸다. 비금도를 대표하는 시금치와 풍력발전기 세 대, 염전을 모두 벽에 담기로 했다. 땀 흘리며 작업을 하고 면사무소에 들어가 쉬면서 TV를 보고 있는데 음악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오늘이 토요일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섯째날(21일)에도 면사무소로 향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벽화를 위해 면사무소 직원 두 분이 나오셨다. “학생들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주말이라도 나와서 도와야지”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전해주셨다. 막막하던 면사무소 벽면 중 시금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겨울에 수확하는 시금치라 계절에 맞게 눈 덮인 산도 그려 넣었다. 학생들을 태우며 다른 조들의 그림을 모두 살펴본 직원분께 어느 그림이 가장 멋진지 묻자 “4조의 그림이 제일 예쁘다”며 칭찬했다.

 비금도에서 보낼 마지막 날이 되자 그림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면사무소를 지나가시던 할아버지께서 천일염에서 일하는 사람 그림을 유심히 보더니 “이 사람은 나를 똑 닮았다”며 “이름을 새겨달라”고 부탁하셨다. 오후에는 봉사단이 모두 비금도의 관광지인 하트해변으로 떠났다. 해변이 정말 하트 모양인지 정확히 확인할 순 없었지만 모두 일을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놀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는데, 면사무소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다른 팀원들도 우리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진짜 잘했다’, ‘힘들었겠다’하는 말소리를 들으니 무척 뿌듯했다.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드린 것은 아니지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벽화가 오래도록 남아 비금도 주민들의 자랑이 됐으면 좋겠다.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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