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인간다움’ 잊지 말아야
예능 ‘인간다움’ 잊지 말아야
  • 장유정 교수
  • 승인 2013.09.11 20:28
  • 호수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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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요즘 이 할아버지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평균 나이 76세의 할아버지, 이순재(79세), 신구(78세), 박근형(74세), 백일섭(70세)의 네 분이 나와 보여주는 좌충우돌 배낭 여행기, <꽃보다 할배>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할아버지들의 짐꾼이자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출연하는 이서진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근육질의 젊은 남성이나 꽃미남 주인공 대신에 우리가 보는 것은 할아버지들이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과 그들의 열정, 그리고 할아버지들 중에 가장 막내이신 백일섭 씨의 투덜거리는 모습까지 재미와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실상 그들의 평균 나이인 76세를 떠올리면, 결코 적은 나이라 할 수 없다. 아니, 보통의 76세 할아버지라면 집에서 손주들 재롱 보며 있을 나이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유럽으로, 대만으로,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은 박진감이 넘친다거나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그런 여행이 아니다. 모르는 길을 물어물어 가다가 갔던 길을 되돌아가는 그런 여행, 그래서 느리고 느리게 진행되는 그런 여행이다. 잠자리는 불편하고 음식도 맞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물론 나이가 들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머리가 굳어 새로운 생각을 못할 수도 있고 체력이 떨어져 금방 피곤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책,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해나무, 2011)에서는 “노인의 뇌야말로 가장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노인들은 핵심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나 통찰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이다. 앞으로 2020년경에는 ‘고령사회’, 그리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늘어나는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어우러져서 행복하게 공존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노인들이 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사회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꽃보다 할배>는 ‘고령화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나이가 든다고 열정이 사그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네 명의 할아버지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웃음 자체를 넘어서 때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그들은 어쩌면 우리나라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희망이자 대리 만족의 대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꽃보다 할배>를 통해서 노인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것이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그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양산되는 것도 현실이다. <꽃보다 할배>의 인기가 많아지자, 최근에 성별만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것 같은 <마마도>라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하지만 방송 전부터 <꽃보다 할배>와 비슷한 내용으로 표절논란에 시달렸는가 하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네 명의 여배우 할머니들이 서로 깎아내리고 싸우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웃음보다 불편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게다가 화려한 여배우 할머니들이 시골 할머니들이 모여 있는 곳에 등장할 때마다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예능 세대의 다변화에서 우리가 찾는 것은 새로움, 재미, 감동 등이다.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지만 다른 프로그램을 따라한 느낌을 준다거나 억지웃음을 유발하거나 출연자들끼리 깎아내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시청자들이 아무리 새로운 것을 찾을지라도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다움’에 대한 추구이다. 왜냐하면 ‘사람이야말로 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다변화된 예능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기도 하다.

장유정(교양기초) 교수
장유정 교수
장유정 교수

 capcomx6@d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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