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 2. 영화 <올드보이> 우진
심마니 2. 영화 <올드보이> 우진
  • 송미라(연우심리상담센터) 소장
  • 승인 2013.09.23 13:16
  • 호수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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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랑
(지난 회에 이어서 올드보이의 우진에 대해 계속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진은 우리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심리를 가지고 있어서 마음이 쓰이는 인물이다. 누나와의 동일시, 모든 인생을 걸 정도의 집착적 편집증, 완벽성에 대한 도취, 극도의 자기중심적인 비윤리성, 투사, 끝없는 공허감과 외로움 등등….

 특히, 우진은 살면서 내내 죽은 누나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누나가 죽은 후 몸은 성장했지만 정신적인 성장은 거의 정지된 것으로 보인다. 흔히 질풍노도, 자아정체감 문제 등으로 거론되는 사춘기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복수 행태나 우진의 표정들, 간간히 던지는 말투에서도 사춘기 시절에 하였을 법한 다양한 자기중심적인 해석과 판단, 충동성, 폭력성, 비도덕성, 불신감 등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사춘기적 양태를 거론할 때 우리는 당연히 부모의 양육태도에 대해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 보면, 우진의 부모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아서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설정 상 부유한 집안이었을 것이고 외국에 체류하면서 사업을 하고 계셨을 것이며 아들에게 많은 부와 자원을 제공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누나를 사랑하고 육체적 탐닉도 즐기는 것으로 보아, 따뜻한 관심, 사랑, 인정, 관계에 있어서는 허용적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누나에게서 받았을 것이며 육체적으로도 허락해 주는 누나와의 교류는 예민한 사춘기 시절의 우진에게 평생을 두고 엄청난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누나가 자살한 것에 대한 분노가 현실적 삶을 압도할 만한 타당성을 부여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또 누군가는 이렇게까지도 자기 삶을 한 가지 사건에 꽂혀서 평생을 외롭게 고군분투하며 살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얼마나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 하나?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우리는 너무도 쉽게 타인을 평가하며 떠들고 있지는 않은가? 우진의 비극이 대수의 혀끝에서 시작된 것처럼 말이다. 또 한편, 누나의 죽음은 단지 오대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위해 오대수의 삶을 조정하는 우진의 선택은 얼마나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끝없이 자기중심적이고, 펜트하우스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우월감으로, 누나의 자살을 방조할 수 밖에 없었던 열등감을 가리면서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붙잡으며 파헤치는 우진의 삶 역시 비합리적이면서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혀를 자르며 대가를 치르려는 대수를 보면서 그의 열등감이 다시 살아났을 것이며 살아야 할 타당성을 잃었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타인과 세상을 향해 때론 반항하며, 때론 타협하며 살아간다. 때론 열등감으로 우월하다 느껴지는 자를 향해 비난하기도 하고, 우월감으로 열등하다 느껴지는 자를 함부로 건드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자신의 외로움과 공허감, 열등감을 채우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우진처럼 더 큰 상실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여기서 나는 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고 했던 아들러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더 나아가 온전하게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 줄 수 있는 사랑! 우진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누나의 완전한 사랑이 삶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 누나의 말을 떠올리며... (다음에는 이 ‘사랑’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송미라(연우심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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