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 4. 영화 <샤인>
심마니 4. 영화 <샤인>
  • 송미라(연우심리상담센터) 소장
  • 승인 2013.10.08 16:25
  • 호수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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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억압된 사랑
 <샤인>은 피아니스트인 데이빗 헬프갓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끊임없는 이해와 기다림과 사랑으로 정신분열병이라는 극복하기 힘든 고통에 맞서 싸우며 결국 자신을 되찾는 한 천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 ‘데이빗’은 피아노 천재로 불리며 자라지만 아버지 피터의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된 사랑 속에서 그는 점점 외부와 단절돼가고 결국은 유학의 길도 피터의 강요로 포기하게 된다. 피터는 끊임없이 성공에 대한 압박을 주었는데, “항상 이겨야 돼!”, “세상은 강자만이 살아남는다”와 같은 말들을 반복하고 아들로 하여금 따라 말하게 함으로써 엄하고 단호한 억압적 양육 방식을 보인다. 또한 “인생은 고난이야. 넌 살아남아야 해. 날 미워하지 말아라. 넌 이 아버지가 아닌 다른 누구도 믿어선 안 돼”라고 세상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말을 계속 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데이빗 역시 가족에 집착하게 된다. 데이빗은 절대 권력자인 아버지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하고 순종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다시 왕실 학교로 유학 갈 기회가 생겼지만 아버지는 또 다시 ‘가족을 버리지 마라’고 얘기하며 완강하게 반대하고 입학 허가서를 불태웠으며 화를 참으며 욕조에 있는 데이빗을 무차별하게 때린다.

 하지만 데이빗은 유학을 감행했고, 그 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쌓게 되지만 그동안 세뇌된 아버지에 대한, 가족에 대한 죄책감 등으로 늘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보내지만 답장은 한 번도 오지 않았고 실력은 점점 늘어가지만 그만큼 점점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악화된다. 이것이 폭발하듯, 콘서트에서 악마의 교향곡인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완벽히 연주한 후에 쓰러져 정신 이상 증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결국 다시 호주로 돌아오지만 데이빗을 반겨주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 세상과 격리된 정신병원이었다. 그 후 10년의 생활을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연주를 절대 하지 마라해서 연주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손가락은 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이 움직이고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 결과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연주하게 될 때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다행히 길리언을 만나게 되었고 데이빗은 자신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유일한 사람, 길리언의 따뜻한 사랑으로 재기하는 데 성공한다. 이 영화의 대표적 포스터 장면은 비오는 날 데이빗이 알몸에 버버리코트만 걸친 채 트램폴린 위에서 신나게 뛰는 모습이다. 드디어 자신의 자유를 찾은 듯, 활짝 웃으면서….

 데이빗은 이상 증상이 생기기 이전에도 항상 위태로워 보였다. 그의 관계는 아주 편협적이고 좁았으며 정신적 성숙 역시 멈춰있어 보였다. 늘 가족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였던 것이다. 특히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반복하여 세뇌시킨, ‘아버지 말을 거역하면 정말 몹쓸 아이니 벌을 받을 것이다’라는 위협적인 말은 성공적인 연주를 완수하는 순간 더 큰 두려움으로 밀려왔을 것이고, 결국 이 두려움으로 정신이상이 발생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 것이고, 이는 살기 위한 방어로도 보인다. 정신적 지주인 아버지와 가족의 지지가 없는 그의 음악적 완벽함은 너무 공허했을 것이며, 어쩌면 아버지가 원했던 곡을 완성해 보임으로써 인정받고자 했을 텐데, 그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도 유약하기에 자신을 가둬버리는 것으로 방어를 했을 수도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엄마와 가족들, 길리언의 박수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콘서트를 마치는 장면에서 다시금 우리는 어떠한 보상과 대가보다, 가족의 지지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한 길리언과의 대화에서 모든 것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영혼 데이빗을 볼 수 있었고, 아버지라는 이름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강력하게 자녀 인생을 지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아버지 피터의 심리와 아내 길리언의 얘기는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송미라(연우심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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