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생활 40. 퍼퓸라이퍼 이성민 조향사
직업탐구생활 40. 퍼퓸라이퍼 이성민 조향사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3.10.15 14:04
  • 호수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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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로 감성 머금은 이야기를 풀어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의 향수 브랜드 ‘퍼퓸라이퍼’를 선보인 이성민 조향사. 그의 향수는 온라인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었지만 현재는 11개의 오프라인 매장에도 들어설 정도로 자신만의 향수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단비가 되어 성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가로수길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향을 다루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에게 받은 명함에서도 그와 같은 좋은 향이 났다.  <편집자 주>

 이성민 조향사가 처음 향수를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다. “지금의 아내를 고등학교 때 미술학원에서 만났는데 놀이동산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친구 누나에게 향수를 빌려 뿌리고 나갔다.” 그때 “좋은 향이 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 이후 향수를 좋아하게 됐지만 조향사로 뛰어든 것은 나중의 일이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 들어갔다. 일하기를 몇 년,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소모하는데 지치고 회의감이 들어 다른 일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향수는 그 중 하나였다. “자신이 좋아하면서 몸에 익혀 평생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예전에 TV에서 노신사가 손님마다 다른, 커스텀 향수를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본 것이 기억이 났다. 향수를 받은 사람들도 좋아하고 여유로운 노신사의 모습에 끌렸다.” 

 우선 학원에 다니며 향의 기본을 배우고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배워나갔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수입한 향수만이 판매되고 있었으며 몇몇 항료 회사가 있지만 그곳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향수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회사에 일하면서 배우고 싶어 지원했지만 광고회사의 이력 때문에 판매영업 분야에서 일하길 바랐다. 또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향수를 만들 수 없고 기업이 요구하는 향을 만드는 조향사의 현실을 알게 됐다.” 주위의 만류와 포기할 법한 상황에도 이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향수를 만드는 것은 자신의 감각에 의한 것이라 빠르게 익히고 향은 만들어 뒀지만 이를 선보이기가 어려웠다. “향수를 생산·제조하는데 향수병 부품, 향료, 포장에 걸쳐 알아둬야 할 것도 지켜야 할 법규도 많았다. 최소 생산단위로 1만개 2만개를 요구했다”고 “오기로 시작해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2년간의 노력 끝에 놀이동산에서의 데이트 기억을 담은 ‘메리고라운드’를 선보일 수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메리고라운드는 3개월 만에 500병이 모두 판매됐다. 이에 탄력을 받아 계속해서 새로운 향수들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화학과나 조향학과와 같은 관련학과를 반드시 전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향수를 만드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결국 향을 만드는 것은 지식만으로 되지 않는다. 감성을 기반으로 향수를 만들기 때문에 취미를 갖거나 음악을 듣는 등 다양한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흡연도 상관없다며 웃어보였다. “일각에서는 일산화탄소로 콧 속 세포를 코팅해 보다 오랫동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어느 쪽이든 증명된 부분은 없으니 담배를 피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향도 유행이 있지만 자신이 만든 향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다고 배척당하진 않는다. “향은 표준이 없는 산업이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브랜드에 견줄 만큼 개인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이라며 “향수는 개척할 부분도 기회도 많은 분야”라고 조향사의 미래를 전망했다. “연구원이 되거나 다양한 부문에서 향을 다룰 수 있다.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길도 있다고 하나의 선택지를 더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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