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生一業을 실천한 哲學者, 安秉煜
一生一業을 실천한 哲學者, 安秉煜
  •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 승인 2013.10.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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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生一業을 실천한 哲學者, 安秉煜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일생일업(一生一業)’ - 이 말은 이당(怡堂) 안병욱(安秉煜 : 1920~2013) 선생이 일생 동안 삶의 신조(信條)로 삼고 살아온 나침반이었다.

   그는 1970년대에 발표한 컬럼 「一生一業」에서 “자기의 천분(天分)과 적성(適性)에 맞는 일을 옳게 선택하고, 그 일에 평생을 바치는 것처럼 보람있고 뜻있는 일이 없다”고 적고 있다.

 

   大學敎壇에서 一生을 바친 敎育者

 

   그는 이어서 “얼마 전 나는 정년퇴임의 마지막 기념 고별강의를 하였다. 교육일념(敎育一念)의 정신으로 40년 동안 교단(敎壇)에서 학생을 가르쳐 온 일생일업의 생애에 나는 흐뭇한 만족과 보람을 느꼈다. 네 천직(天職)에 전력투구하여라. 그것이 승리의 길이요, 영광의 길이요, 행복의 길이다”라고 끝맺는다.

 

   안병욱! 그는 시종여일(始終如一) 대학교단을 지키면서 일생을 보람있게 살았다. 그는 단순히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때로는 철학을, 때로는 인생을 논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삶이 무엇인가를 밝혀주었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때로는 학생들에게 ‘일생일념’(一生一念)을 강조했다. “사람은 일생 동안 한 가지 생각과 한 가지 염원을 가지고 오직 한 가지 일에 전심 몰두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래야만 쓸 만한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혔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하면서, 학생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일생일로’(一生一路)! “사람은 자기의 적성과 천분에 맞는 일을 찾아 그 일에 일생 동안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천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나의 지혜(智慧)와 정성을 다하여 쓴 이 책이 인생을 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맑은 혼(魂)들에게 한 줄기의 빛과 힘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이는 그의 에세이집 『사람답게 사는 길』(1996년)의 머리말에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곧 안병욱의 정신이요, 철학이요, 삶이었다. 그는 여기에서 한 치의 이탈됨이 없는 평생을 살았다. 참으로 귀한 일생이었다.

   그는 평소에 “교단에서 사랑하는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다가 기진맥진하여 교탁(敎卓)을 붙들고 교단에서 쓰러지고 싶다”고 말했다. 신실한 그의 삶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東 ‧ 西洋의 思想을 설파한 傳道師

 

   안병욱, 그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참스승이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15,6년 전에 읽었던 이한빈(李漢彬) 회고록 『일하며 생각하며』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다행히, 숭전대학교 두 캠퍼스에는 정신적 자극과 감화를 주는 데 있어서 탁월한 교수와 인재들이 있었다. ‧ ‧ ‧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존재가 안병욱(安秉煜) 교수였다. 안 교수는 오랫동안 숭실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흥사단(興士團) 지도자로서 전국을 누비며 청년학도들에게 도덕성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당대의 명사였다. ‧ ‧ ‧ 이런 경위로, 나는 학생처에 동기를 부여하여 김현승(金顯承) 교수를 기리는 다형문학상(茶兄文學賞)과 안병욱 교수를 기리는 이당논문상(怡堂論文賞)을 제정하여, 해마다 현상작품과 논문을 모집하게 했다.”

   이 말은 1973년 숭전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이한빈 박사가 대학에 묻혀있는 귀한 보배를 찾아서 ‘문학상’과 ‘논문상’이라는 제도를 제정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그의 회고록에 수록한 내용의 일부이다.

 

   안병욱의 강연은 또 어떠한가. 그의 말에는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나는 1968년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주최한 「4 ‧ 4 심포지엄」에 참석하여 안병욱의 강연을 처음으로 들었다. 강연을 듣고 난 다음의 느낌은 ‘더 보탤 말도 뺄 말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의 사상(思想)을 주제로 강연할 때는 마치 신(神)들린 듯이 쉬지 않고 강연을 이어갔다. 막힘도 없었다. 이것이 안병욱의 진실한 모습이었다. 새삼 도산의 세 가지 혼(魂)을 말할 때를 떠올려본다. “첫째는 진실의 혼이요, 둘째는 애국의 혼이요, 셋째는 젊음의 혼이다”라고 힘주어 말하던 그의 강연에 생명이 느껴졌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때 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안병욱은 일생 동안 참으로 많은 저서를 남겼다. 『현대사상』 ‧ 『행복의 미학』 ‧ 『인생은 예술처럼』 ‧ 『고뇌를 넘어 환희로』 『내일 지상에 종말이 올지라도』 ‧ 『마지막 등불이 꺼지기 전에』 ‧ 『사랑과 지혜 그리고 창조』 ‧ 『삶의 길목에서』 ‧ 『삶의 완성을 위하여』 ‧ 『조국의 앞날을 위하여』 ‧ 『마음의 창문을 열고』 ‧ 『아름다운 창조』 ‧ 『내 가슴에 간직한 한 마디 말』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등. 일일이 다 적을 수 없다.

   간결한 문체로 쓰여진 그의 한 편 한 편의 에세이는 삶의 교훈이요, 정신적 지표이다. 그는 어느 책의 머리말에서 “글은 저자의 정신의 분신(分身)이요, 인격의 표현이요, 영혼(靈魂)의 노래요, 얼의 외침이요, 자아(自我)의 목소리다”라고 쓰고 있다.

   안병욱의 글을 읽으면 참으로 마음이 편안하다. 독자들에게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다. 다 읽고 난 뒤에 특별히 숙제도 없다. 그저 쓰여져있는 대로 읽고, 그것을 나의 삶에 옮겨놓으면 된다. 그것이 곧 참삶이요, 진리요, 자유요, 희망이다.

   그리고, 안병욱은 언제나 ‘만남’을 강조했다. 그 중에서 “책과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설파했다. 그는 컬럼집『삶의 길목에서』(1997년)의 머리말에서 “좋은 책은 인생의 보배요, 진리의 저수지(貯水池)요, 광명의 전당(殿堂)이요, 예지(叡智)의 등불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리고, “나의 정신적 분신(分身)인 이 책이 많은 독자와 깊은 만남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문득, 프랑스의 실존주의(實存主義) 철학자 사르트르(Sartre, Jean Paul : 1905~1980)가 남긴 명언, “내가 세계를 알게 된 것은 책에서이다”를 떠올린다.

 

   안병욱은 명상에세이집『내 가슴에 간직한 한 마디 말』(1994년)의 머리말에서 “신(神)은 나에게 문필(文筆)의 능력을 주었다. 나는 30여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고 부지런히 책을 내왔다. 나의 키만큼 책을 쓰고 죽자, 이것이 내 인생의 간절한 소망이다”라고 적고 있다. 소원을 이루었음에 틀림없을 터이다.

   선생님, 천상(天上)에서도 좋은 글 많이 쓰씨고, 부디 평안을 누리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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