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법한 ⑭ 노년층 의료비 문제
있을법한 ⑭ 노년층 의료비 문제
  • 최형균
  • 승인 2013.10.17 19:02
  • 호수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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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얼마 전 경기도 한 가정집에서 뇌종양 말기암 판정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를 20대 아들이 나머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아버지는 뇌종양말기로 고통에 시달리다가 가족들에게 죽여 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부탁하였고, 가족들이 합의하여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였다. 그 아들은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자살을 시도하려하였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 출동했던 경찰에 의해서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아들과 가족들은 촉탁살인죄(피해자의 요청에 의하여 이루어진 살인)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사건이 일본에서 있었는데, 일본에서도 이 사건은 유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 피해자는 말기 뇌암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병원비를 이유로 입원하여 통증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에서 고통에 시달리다 가족에게 자신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죽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건 이외에도 저소득층의 말기 환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건도 언론에서 수없이 접할 수 있다. 2007년에는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VS: persistent vegetative state, 사고나 질병에 의해 대뇌피질에 손상을 입어 마치 식물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할 수 없고 의식도 없는 상태로 뇌간에 의해 호흡이나 소화 기능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만을 하는 상태)에 있는 딸을 위해 전재산을 다 병원비로 지출하였지만 깨어나지 않고, 더 이상 지불할 병원비도 없는 한 아버지가 딸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여 딸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물론 이 아버지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들의 모두 의료비와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평생 쓰는 의료비의 95%를 사망하기 6개월전에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인들이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노년층에서 이 의료비를 부담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이 모두 가족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가족마저도 부담할 능력이 없다면 그냥 고통 속에 죽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병원에서 일단 의료행위가 시작되면 의식이 없는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은 실제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 환자 본인이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문서를 작성한 경우 치료중단이 가능하다는 의견에 따라 현재 특정한 질병,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의료행위를 받지 않겠다는 본인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는 사전의료지시서의 작성이 독려되기도 한다(사전의료지시서 작성관련 문의는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02-2228-2670~2).
하지만 이에 앞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에서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가족이 죽여주고, 스스로 자살하는 상황이 먼저 해결되고서, 금전과 관계없이 의료행위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순서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대선 당시 4대 중증질환에 대하여는 100% 국가부담으로 하겠다는 공약(公約)을 한 적이 있다. 만약 이 공약이 지켜져 지금 시행되고 있다면, 이러한 사건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 혼자만 가지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석배(법학) 교수
최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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